얀은 아들에게 한 가지 기술을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교회에 가서 아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면 좋겠는지 하느님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제단 옆에 서 있던 교회지기가 말했습니다.
“도둑질, 도둑질.”
그러자 얀은 아들에게 하느님께서 원하시니 너는 도둑질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길로 얀은 아들과 함께 도둑질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아 나섰습니다. 집을 떠난지 꽤 여러 날이 지난 다음 아버지와 아들은 마침내 커다란 숲에 닿았습니다. 숲에는 작은 오두막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늙은 여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혹시 도둑질 잘하는 사람을 아시나요?”
얀이 물었습니다.
“멀리 갈 것 없수. 내 아들이 도둑질의 명수니까.”
그래서 얀은 그 아들이라는 사람에게 말을 걸면서 정말 도둑질을 잘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드님을 잘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일 년 뒤에 돌아오셔서 아드님을 알아 보시면 그 땐 제가 수업료를 받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아드님을 알아보지못하면 선생은 저에게 이백 탈러를 주셔야 합니다.”
아버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아들은 온갖 마술과 도둑질을 배웠습니다. 이럭저럭 일 년이 되어 아버지는 혼자서 아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그런데 길을 걸으면서도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이 이상하게 변했으면 무슨 수로 알아볼지 영 자신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애를 태우면서 걷고 있을 때 작은 난쟁이가 나타나서 말을 걸어 왔습니다.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나요? 아주 울적해 보이는데.”
“아, 사실은 일 년 전에 도둑질의 명수라는 사람에게 한 수 배우라고 아들 녀석을 그 밑으로 들여보내지 않았겠소. 그 사람 말이 일 년 뒤에 다시 와서 아들 녀석을 내가 알아보지 못하면 이백 탈러를 내야 한다는거요. 물론 그 녀석을 알아보면 아무것도 줄 필요가 없지만. 오늘이 바로 일 년째 되는 날이죠. 그런데 과연 아들 녀석을 알아볼 수 있을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단 말이오. 보다시피 난 빈털터리거든.”
난쟁이는 빵 한 조각을 들고 굴뚝 밑으로 가서 서 있으라고 말했습니다.
“대들보 위에 바구니가 하나 있고 그 안에서 새 한 마리가 고개를 삐죽 내밀 겁니다. 그게 선생의 아들입니다.”
얀은 난쟁이의 말대로 굴뚝 밑으로 가서 바구니 옆에 검은 빵 조각을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새가 나와서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잘 있었느냐? 네가 내 아들이지?”
아들은 아버지를 만나서 기뻤지만 도둑질의 명수는 화가 나서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틀림없이 악마가 당신에게 귀띔해 주었어!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알아볼 수 있단 말인가?”
“가요, 아버지.”
아버지와 아들은 집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도중에 마차 한 대가 옆으로 지나가자 아들이 입을 열었습니다.
“제가 커다란 개로 변할 테니 아버지는 저를 비싼 값에 파세요.”
마차에 탄 신사가 말을 걸었습니다.
“안녕하시오. 당신의 개를 나한테 팔지 않겠소?”
“그러지요.”
“얼마 드리면 되겠소?”
“30탈러”
“꽤 비싸게 부르는군. 하지만 그만한 값어치는 있겠어. 좋소.”
신사는 개를 마차로 데려갔습니다. 개는 얼마 못 가서 마차에 난 창으로 뛰어내렸습니다. 그러더니 사람으로 변하여 아버지에게 돌아왔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집을 향해 걸었습니다. 다음 날 이웃 마을에 장이 섰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멋진 말로 변할 테니까 아버지는 저를 장에 내다 파세요. 하지만 파실 때 재갈은 꼭 벗겨 주셔야 해요. 그래야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거든요.”
아버지는 장으로 말을 몰고 갔습니다. 도둑질의 명수가 와서 그 말을 천 탈러에 샀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깜빡 잊고 재갈을 벗기지 않았습니다. 도둑질의 명수는 말을 집으로 데려와서 마구간에 넣었습니다. 한 처녀가 마구간 문 앞으로 지나가자 말이 소리쳤습니다.
“재갈을 풀어 줘! 재갈을 풀어 줘!”
처녀는 마구간으로 들어가서 재갈을 풀어 주었습니다. 말은 참새로 변해 문 밖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러자 도둑질의 명수도 참새로 변하여 그 뒤를 쫓았습니다. 둘은 공중에서 맞붙었습니다. 결국 도둑질의 명수가 싸움에 져서 수탉으로 변했습니다. 그러자 아들은 여우로 변하여 수탉의 머리를 물어뜯었습니다. 결국 도둑질의 명수는 죽임을 당했고 그 뒤로 다시 살아났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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