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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나이트 - 천일야화 / 시에드 누만 이야기

돈달원 2021. 4. 28.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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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왕이 젊은이에게 말을 학대하는 이유를 말하라고 명했다. 그러자 젊은이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폐하, 제 이름은 시에드 누만이라고 합니다. 저에게는 참으로 이상한 사연이 있습니다. 저는 아민이라는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을 했는데, 아민의 이상한 행동으로 인해 비탄에 빠지게 되었답니다. 

  결혼할 사람을 보지도 않고, 누군지도 모른 상태에서 결혼하는 것이 우리의 풍습이기 때문에 아내가 될 사람이 끔찍하게 추하거나 이상하게 생기지 않았다면, 그리고 설사 외모가 약간 결함이 있더라도 행동거지와 처신이 단정하고 재기가 있어 그것을 벌충할 만하다면 남편은 불평하지 않는다는 것을 폐하께서도 아실 겁니다. 처음으로 베일을 벗은 아내의 얼굴을 보았을 때 우리는 서로에게 감탄을 했지요. 그런데 아내는 약간의 밥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밥을 먹을 때에도 낱알을 하나씩 바늘로 찍어서 입으로 가져갔지요. 그것만 먹고는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저는 아내가 의심스러워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연유인지 알아내기 위해 밤에 자지 않고 깨어 있었지요. 그러던 중 어느 날 밤 드디어 그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아내는 제가 곤히 잠든 줄 알고 살며시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주 조심스럽게 옷을 입고는 조용히 방을 나갔습니다. 아내가 나가자 저도 일어나서 어깨에 망토를 걸치고 아내 뒤를 밟았지요. 그런데 아내가 집 근처에 있는 공동묘지로 들어가지 않겠습니까. 아내는 사람의 시체를 먹는 악귀들과 어울려 소름끼치는 잔치를 벌이며 포식을 했지요. 그 광경에 저는 괴로운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습니다. 아내의 존재를 견딜 수가 없었지요. 그때, 아내가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 없이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저는 아침 일찍 집을 나가 하루 종일 밖에서 지냈습니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저녁식사를 차리라고 하더니 여느 때처럼 이상한 식으로 밥을 먹었지요.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제가 말했습니다.

 

  “우리집 식사가 악귀들이 차려주는 식사만도 못하나?”

 

  이 말에 아민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무섭게 화를 내며 소리쳤습니다.

 

  “비열한 놈, 호기심 때문에 엿본 대가로 벌을 받거라. 개가 되거라!” 

 

  아민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저는 개가 되었습니다. 아내는 막대기를 집어들더니 저를 가혹하게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문을 열었지요. 저는 울부짖으며 거리로 뛰쳐나갔습니다. 수많은 개들이 뒤쫓아 오며 저를 사납게 물어뜯었습니다. 그 개들을 피해 양머리들을 내놓은 한 가게로 달려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많은 개들이 밖에서 먹을 것을 얻으려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그 무리에 끼어 시장기를 채웠지요. 다음날 저는 빵가게로 갔는데, 빵가게 주인이 저를 친절하게 맞아주며 함께 지내게 해주었습니다.
  그 빵가게에서 지낸 지 얼마가 지난 어느 날, 한 여자가 빵을 사러 와서는 주인에게 위조화폐로 빵값을 지불했습니다. 주인이 돌려주며 진짜 돈을 달라고 했지요. 그러자 여자는 다시 받기를 거부하면서 위조된 돈이 아니라고 우겼습니다. 빵가게 주인이 위조된 돈이라고 하면서 여자와 말다툼을 하던 중에 딱 봐도 위조된 것이 뻔하기 때문에 개라도 이를 구별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지요.

  그리고는 저를 불러 말했어요.

 

  “보거라. 그리고 이 중 어떤 것이 위조된 돈인지 말해 보거라.”

 

  저는 돈을 모두 훑어보고는 발로 위조화폐를 나머지 것으로부터 떼어놓은 다음 주인에게 보라는 뜻으로 주인의 얼굴을 쳐다보았지요.

 


  빵가게 주인은 아주 놀라워했어요. 그 후 저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어 가게는 손님들로 붐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자가 가게로 들어와 제 능력을 시험하더니 자기 집으로 따라오라는 손짓을 해보였습니다. 저는 무슨 뜻인지 알았기 때문에 선선히 따라갔지요. 곧이어 그녀의 집에 다다르자 여자는 마법사인 자기 딸에게 저를 데려갔습니다. 

  여자가 말했지요.

 

  “아이야, 이 개는 유명한 개란다. 내 생각에는 개의 모습을 한 사람인 것 같구나. 그렇지? 내 말이 맞지 않느냐?”

 

  “맞아요, 당장 마법을 풀게요.”

  하고 젊은 딸이 대답했어요.

 

  젊은 딸은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물이 담긴 대야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내 위로 물을 뿌리면서 말했습니다.

 

  “개로 태어났다면 개로 있고,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이 물의 힘으로 사람으로 되돌아가거라!”

 

  그 순간 마법이 풀리고 저는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지요.
  제가 저를 구해준 딸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떠나려고 하자 딸이 말했습니다.

 

  “이 물을 가져가세요. 그리고 집에 도착하거든 그 잔인한 아내에게 뿌리면서 이렇게 말하세요. ‘너의 사악한 행동에 대한 대가를 받아라!’ 라고.”

 

  저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지요. 그랬더니 아민이 그 자리에서 암말로 변했습니다. 어제 제가 타고 있던 그 말이 바로 아민이랍니다. 제가 아내에게 가한 벌이지요. 폐하께서 명하신 대로 제 사연을 모두 들려드렸나이다. 

  그러자 왕이 말했다.

 

  “너의 아내는 실로 벌을 받아 마땅하나 충분히 벌을 받았으므로 다시는 그런 사악한 행동을 하지 말고, 둘이 화해를 하면 좋겠구나.”

 

  이렇게 말하고 왕은 코기아 하산을 돌아보았다. 코기아 하산이 왕의 명령을 받아 자기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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