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 밧줄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저 코기아 하산 알하발이 지금 누리고 있는 이 모든 부富는 모두 저의 두 친구인 사디와 사드 덕분이랍니다. 어떻게 하여 이러한 부를 얻게 되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디와 사드는 행복의 조건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달랐답니다. 아주 큰 부자인 사디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많은 재산이 없이는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고 항상 주장했지요. 하지만 사드는 의견이 달랐습니다. 그는 편안한 삶을 위해 부가 필요하긴 하지만, 괜찮은 삶을 영위하고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정도의 재물만으로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사람의 삶에 있어서 행복이란 재물을 좇기보다는 미덕을 추구하는 데 있다고 보았지요.
어느 날, 이것은 두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둘이서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 사디가 말했습니다.
“내가 직접 실험을 해서 증명해 보이겠네. 이를테면, 장인匠人에게 돈을 줘 보는 것일세.”
그 때 두 사람은 우연히 제 가게 앞을 지나다가 제가 밧줄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드가 저를 가리키며 말했지요.
“저기 한 사람 있군. 내가 기억하기로 저 사람은 오랫동안 밧줄을 만드는 일을 해 왔는데 여전히 가난하게 살고 있지. 자네가 후하게 돈을 줄 대상으로 마땅한 것 같군. 자네가 원하는 실험을 하기에도 적당한 사람이고 말이야.”
두 친구는 저에게 와서 저를 찾아온 목적을 말했어요. 그리고 사디가 품에서 지갑을 꺼내 제 손에 쥐어 주며 말했지요.
“자, 이걸 받으시오. 금화 200냥이 들어 있소. 이 돈과 함께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바라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내가 바라는 대로 유용하게 쓰길 바라오. 여기에 있는 내 친구 사드와 나는 이 돈이 당신을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면 매우 기쁘겠소.”
저는 그들에게 정중하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두 친구가 떠난 후 저는 다시 일을 하면서 제가 갖게 된 큰 행운에 대해 생각했지요. 그러다가 돈을 어디에 두어야 안전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집은 가난해서 돈을 넣어 둘 상자나 찬장 또는 돈이 눈에 띄지 않게 숨겨 둘 안전한 장소가 없었거든요.
이렇게 고민을 하다가 저는 당장 써야 할 10냥을 제외한 나머지 금화를 제 터번을 둘러싼 린넨 천에 넣고 꿰맸습니다. 그리고는 밧줄을 만들 싱싱한 대마大麻를 산 다음 오랫동안 고기를 먹지 못한 우리 가족들을 위해 저녁 식사로 먹을 고기를 사러 갔지요.
고기를 사서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굶주린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와 절 덮쳤어요. 고기를 단단히 움켜쥐고 있지 않았더라면 낚아채갈 뻔했지요. 그런데 뺏기지 않으려고 심하게 몸부림치는 바람에 터번이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어요.
독수리는 잽싸게 고기를 놔주고 터번을 낚아채더니 가지고 날아가 버렸습니다. 저는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지요.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이웃 사람들은 물론이고 아이들까지 나와서 독수리로 하여금 터번을 떨어뜨리게 하려고 소리를 질렀지요. 하지만 소리를 질러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독수리는 제 터번을 가지고 멀리멀리 사라져 버렸습니다. 제가 쫓아갔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었을 겁니다.
저는 돈을 잃어버리고 침울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미 대마를 사느라고 돈을 써버린 데다가 새 터번을 사야 했기 때문에 남은 돈이라곤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거대한 희망을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요.
그래도 10냥 중 남은 돈이 있는 동안 우리 가족은 전보다는 더 나은 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곧 돈이 바닥이 나고 우리는 예전과 똑같은 가난뱅이가 되어 비참한 나락으로 빠져들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절대로 푸념이나 불평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웃들에게 금화 190냥을 잃어버렸다고 말하자 그들은 절 그저 비웃기만 했지요.
6개월이 지나자 두 친구가 다시 제 가게를 찾아왔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믿기 힘든 얘기를 해야 하는 제가 몹시 부끄러웠지요. 사디는 제 말에 조소를 하더니 말했어요.
“하산, 그런 농담을 하다니 날 속일 생각 마시오. 대체 독수리가 터번을 가져갔다니 말이나 되오?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독수리가 터번을 가져다 뭘 하겠소?”
“나리, 제 말을 증명해 줄 증인들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하고 제가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드가 제 편을 들어 사디에게 독수리에 관한 수많은 얘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는 얘기도 들려주었지요. 그러자 사디는 지갑을 꺼내 금화 200냥을 제 손에 쥐어 주었어요. 저는 지갑이 없었기 때문에 돈을 가슴에 넣으면서 이번에는 이 너그러운 선물을 조심해서 잘 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사디는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려 하지 않고 친구와 함께 조용히 가게를 나갔지요.
그들이 떠나자 저는 가게를 나와 집으로 갔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외출하여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돈을 꺼내 10냥을 따로 챙겨놓고 나머지는 한쪽 구석에 있는 밀기울 항아리 속에 넣어 두었지요. 잠시 후 아내가 돌아왔습니다. 집에 대마가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아내에게 대마를 사러 간다고 말하고 두 친구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을 나왔습니다.
제가 집을 비운 사이에 수세미를 파는 장수가 우리 거리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수세미가 필요했던 아내는 돈이 없자 밀기울과 수세미를 바꾸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수세미 장수는 밀기울 항아리를 가져가 버렸지요.
집에 돌아온 제가 항아리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아내에게 묻자 아내가 수세미와 항아리를 바꾸었다고 했지요. 아내는 아주 유리한 거래를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저는 아내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고 하면서 심하게 나무랐답니다. 아내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알자 완전히 정신 나간 사람 같았습니다. 울부짖고 가슴을 치고 머리카락과 옷을 쥐어뜯었지요.
“아이고, 이 박복한 년.”
하고 아내가 울부짖었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서도 살 자격이 있을까? 그 수세미 장수를 어디서 찾지? 누군지 알지도 못하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오! 여보, 그처럼 중요한 물건을 그리 허술하게 보관하다니 당신도 책임이 있어요!”
“여보, 이제 그만 슬퍼하고 진정하시오. 그렇게 울부짖으면 이웃들이 다 알겠소. 그들이 알면 우리를 동정하기는커녕 비웃을 거요.”
하고 제가 말했어요.
이런 일을 겪은 후에 두 친구가 다시 찾아왔지만 저는 기쁘게 맞이할 수가 없었지요. 사실, 그들이 왔을 때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어요. 저는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한 채 참담한 심정으로 그동안에 일어난 일을 얘기했습니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들었지요. 저는 이야기를 마친 후 이렇게 덧붙였어요.
“나리, 나리의 관대한 처사에도 불구하고 부자가 되지 못하고 가난뱅이로 사는 것이 저에 대한 오묘하고도 헤아릴 수 없는 하느님의 뜻인가 봅니다. 하지만 나리께서 원하시던 대로 부자가 된 거나 다름없이 나리에게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을 한 후 저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사디가 친구인 사드를 돌아보며 말했지요.
“이제 자네가 실험을 할 차례네.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 말고도 달리 돈을 벌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보여주게나. 하산을 대상으로 실험해 보는 게 어떻겠나? 장담하건대, 이 사람에게 어떤 것을 주든 간에 금화 400냥을 준 것 이상으로 부자가 될 수는 없을 걸세.”
당시에 사드는 납 조각을 손에 들고 있었는데, 그것을 사디에게 보여주며 말했지요.
“아까 내가 땅바닥에서 이 납 조각을 줍는 것을 보았을 걸세. 이 납 조각을 하산한테 주겠네. 이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알게 될 걸세.”
사디는 사드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어요.
“대체 납 조각이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눈곱만큼의 가치라도 있을까? 하산이 그걸 가지고 뭘 하겠나?”
사드는 납 조각을 제게 내밀며 말했어요.
“받게, 하산. 사디가 웃든 말든 상관 말게. 언젠가 이 납 조각이 자네한테 행운을 가져다주면 우리한테 말해 주게나.”
저는 사드가 농담을 하는 줄 알고 받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납 조각을 받고 고맙다고 말했지요. 두 친구는 다시 가던 길을 갔고 저는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지요.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려고 옷을 벗는데 그 두 친구가 떠난 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납 조각이 주머니에서 굴러떨어졌습니다. 저는 납 조각을 주워서 침대 옆에 놔두었지요. 그날 밤 이웃에 사는 한 어부가 그물을 수리하다가 납 조각 하나가 부족한 것을 알았습니다. 밤이 너무 늦어 가게들이 모두 닫혀 있었기 때문에 납 조각을 살 곳을 찾지 못한 어부는 그의 아내에게 혹시 이웃 사람들 중에 납 조각을 가지고 있을 만한 사람이 있는지를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부의 아내가 거리 양쪽에 늘어선 집들을 찾아다니며 납 조각을 구해 보려고 했지만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부에게 돌아가 납 조각을 못 구했다고 하자 어부가 몇몇 집들을 대면서 그 집들을 찾아가 봤냐고 물었지요. 그 집들 중에는 우리 집도 들어 있었습니다.
“아니요.”
하고 어부의 아내가 대답했어요.
“그 집들은 안 가봤어요. 너무 멀어서요. 그리고 그 집들을 가본들 납 조각을 구할 수 있었을 거 같아요? 이제까지 경험으로 볼 때 그 사람들이 내가 구하고자 한 것을 가지고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어쨌든 간에, 가서 알아보고 오시오. 백 번을 찾아갔는데 한 번도 필요한 것을 얻어오지 못했다 하더라도 우리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잖소.”
하고 어부가 말했어요.
어부의 아내는 투덜대며 와서 우리 집 문을 두드려 깊은 잠이 든 저를 깨웠습니다.
“하산, 남편이 그물을 고치고 있는데 납 조각이 필요하대요. 혹시 있으면 좀 주세요.”
하고 어부의 아내가 말했지요.
저는 사드가 제게 주었던 납 조각이 생각나서 있다고 말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면 제 아내가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지요. 저처럼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깬 제 아내가 일어나서 제가 일러준 곳을 더듬거려 납 조각을 찾아서 문을 열고 나가서 어부의 아내에게 건네주었어요. 어부의 아내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제 아내에게 보답으로 그물을 던져 맨 처음 낚아 올린 것을 우리에게 주겠다고 약속했지요.
어부는 거의 기대하지 않았던 납 조각을 구할 수 있게 되어 너무도 기뻐하며 아내가 한 약속에 찬동했어요. 그는 그물을 고친 다음 여느 때처럼 날이 밝기 두 시간 전에 고기잡이를 하러 갔지요. 첫 번째 그물을 던져 올라온 것은 물고기 한 마리뿐이었습니다. 길이가 1미터 정도에 아주 통통한 물고기였지요.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첫 번째 낚아 올린 물고기에 버금가는 것은 없었지만 물고기가 아주 많이 잡혔습니다.
그날 아침, 어부는 자기 아내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싱싱한 물고기 한 마리를 들고 저를 찾아와 말했지요.
“이웃 양반, 지난밤에 내 아내가 당신의 친절에 대한 보답으로 첫 번째 그물을 던져 잡은 고기를 당신에게 주기로 약속한 바 있소. 그런데 하느님의 뜻인지 이 물고기 한 마리밖에 올라온 것이 없었소. 그러니 받아 주시오. 더 나은 것이었으면 좋으련만 어쩌겠소.”
제가 말했어요.
“이웃 양반, 당신한테 준 납 조각은 하찮은 것이어서 별로 가격이 나가지 않는 것이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서로 돕는 것이 이웃이지 않겠소.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당신이 내게 해 주었을 일을 했을 뿐이오. 당신이 기쁜 마음으로 이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니거나 이 선물이 당신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라면 받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당신이 기쁜 마음으로 주는 것이니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며 받겠소.”
이렇게 서로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주고받은 뒤 저는 물고기를 집으로 가져가 아내에게 주었습니다. 우리 집에는 큰 그릇이 없었기 때문에 아내는 물고기를 통째로 요리할 수가 없었지요. “적당히 요리하시오. 어떻게 요리를 해도 맛이 좋을 테니까.”
하고 제가 말했어요.
그런데 아내가 물고기를 요리할 준비를 하다가 커다란 수정을 발견했습니다. 아내는 그것이 유리인 줄 알고 가지고 놀라고 아이들에게 주었어요. 아이들은 밝고 아름다운 그 빛이 신기해서 서로 돌려보았지요.
밤이 되자 램프에 불이 켜지고 아이들은 여전히 수정을 가지고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들은 그 수정이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아내가 아이들과 램프 중간에 서서 램프의 빛을 막고 서 있는데도 주위가 환했지요. 아이들은 수정을 서로 가지려고 옥신각신했답니다. 그래서 제가 제일 큰아이를 불러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유리 조각 때문에 그런다고 하면서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난다고 말하더군요. 저는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려고 램프를 껐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이거 보거라, 이건 사드가 준 납 조각이 가져다준 또 다른 행운이야. 이제 기름 값을 아낄 수 있게 되었구나.”
하고 제가 말했지요.
아이들은 램프를 꺼도 유리 조각이 밝게 빛을 내어 주위가 환하자 신기해서 큰 소리를 질러대며 소란을 피웠지요. 그 바람에 우리 집과 얇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있던 이웃들이 모두 깼습니다.
다음날, 보석 상인이자 아주 부자인, 옆집에 사는 이웃 유대인이 아내를 보내 초저녁잠을 깨웠다면서 불평했습니다.
“어머, 라헬(유대인 아내의 이름이었어요),”
하고 아내가 말했지요.
“어젯밤 일은 정말 죄송해요.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아시다시피 아이들이 하찮은 일로 웃고 소리 지르는 바람에 그리 되었어요. 들어오세요. 무엇 때문에 소란을 피웠는지 보여 줄게요.”
유대인 여자는 아내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내는 유리 조각(실제로는 아주 특별한 다이아몬드였어요)을 굴뚝에서 꺼내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이것 보세요. 그 소란을 피운 것은 이 유리 조각 때문이었어요.”
온갖 보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유대인 여자가 감탄하며 다이아몬드를 들여다보는 동안 아내는 어떻게 해서 그것을 발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얘기했지요.
“아이샤(제 아내 이름이에요),”
하고 유대인 여자가 다시 다이아몬드를 건네 주며 말했어요.
“맞아요, 유리 조각이에요. 하지만 일반적인 유리보다는 더 아름답군요. 우리 집에도 이런 것이 있는데 팔겠다면 내가 살게요.”
그런데 자기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판다는 얘기를 들은 아이들이 당장 대화를 가로막으며 울면서 팔지 말라고 애걸했답니다. 그러자 아내는 아이들을 진정시키며 팔지 않겠다고 했지요.
다이아몬드를 속여서 사려고 했던 유대인 여자는 아이들 때문에 방해를 받자 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가기 전에 문 앞까지 따라 나온 아내에게 팔 생각이 있으면 다른 사람한테 보여 주지 말고 자기한테 알려 달라고 속삭였지요.
다이아몬드에 대해 얘기를 들은 유대인은 유대인 여자를 보내 제 아내에게 다이아몬드를 금화 20냥에 팔라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제 아내는 먼저 저와 상의를 한 다음에 팔겠다고 했지요. 때마침 제가 집에 돌아오자 아내는 그 제안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저는 납 조각이 저를 부자로 만들어 줄 거라고 확신하던 사드의 말을 생각하며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그런데 유대인 여자는 돈이 적어서 제가 대답을 안 하는 줄 알고 50냥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유대인 여자가 가격을 갑자기 20냥에서 50냥으로 올려주겠다고 하자 저는 그보다 더 높은 가격을 기대했다고 말했지요.
“그렇다면, 100냥을 드릴게요. 하지만 비싸서 남편이 그러라고 할지 모르겠어요.”
하고 유대인 여자가 말했어요.
이 제안에 저는 금화 10만 냥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그 수정이 다이아몬드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저는 그 다이아몬드가 그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가 있지만 이웃이기 때문에 그 가격만 받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가격에 사지 않는다면 다른 보석 상인들에게 훨씬 더 좋은 가격에 팔 수 있을 거라고 말했지요.
유대인 여자는 이처럼 단호한 제 태도를 보고 어떻게 해서든 다이아몬드를 사려고 했답니다. 그 여자가 5만 냥까지 주겠다고 했지만 저는 거절했습니다.
“남편의 허락 없이는 그 이상 지불할 수 없어요. 남편이 밤에 집에 올 테니까 그걸 좀 남편에게 보여주세요.”
하고 유대인 여자가 말했어요.
저는 그러겠다고 약속했지요.
저녁에 유대인이 찾아왔을 때 저는 제가 제안한 가격을 고집했습니다. 그가 흥정을 했지만 저는 그보다 더 낮은 가격을 받을 수 없다고 거절했지요. 결국 그는 제가 요구한 가격을 지불하기로 결정하고 예약금으로 각각 금화 천 냥이 들어 있는 두 개의 가방을 주면서 나머지는 다음날 지불하겠다고 약속했어요. 이렇게 해서 다음날 그는 나머지를 지불했고 저는 다이아몬드를 건네주었지요.
아내는 비싼 옷을 사자고 했지만 저는 재산을 낭비하지 않고 큰 장사를 위한 밑천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틀 동안 저처럼 날마다 열심히 밧줄을 꼬아서 그날그날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들에게 선금을 주면서 그들의 기술과 능력에 따라 갖가지 밧줄을 꼬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밧줄을 다 꼬아주면 즉시 돈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지요.
이렇게 해서 저는 바그다드에서 밧줄 장사를 독점하게 되었고 곧이어 커다란 창고를 세내야 했지요. 나중에 더 큰 공간이 필요하게 되자 저는 어제 폐하께서 보신 집을 짓게 되었답니다. 사실 그 집은 보기에는 아주 근사해 보이지만 저와 제 가족이 사는 방을 제외하면 거의가 제 장사를 위한 창고로 쓰이고 있답니다.
구차한 옛날 집에서 이곳으로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제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려고 사드와 사디가 그 거리에 찾아왔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제가 대단한 제조업자가 되어서 그냥 하산이라 불리지 않고 코기아 하산 알하발이라고 불리며 그 거리에 궁전과 같은 집을 짓고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을 알자 그들은 당장 저를 찾아와서 제 성공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저는 우연히 그들이 오는 것을 보게 되어 그들에게 걸맞은 감사를 표하며 그들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자 사디가 말했습니다.
“코기아 하산, 대체 무슨 재주로 내가 준 금화 400냥으로 이처럼 큰 재산을 일구어냈는지 말해보게.”
그러자 사드가 끼어들어 말했지요.
“왜 아직도 이 친구의 진실성을 의심하는가? 우리 둘 중에서 누가 준 것으로 이처럼 부자가 되었는지 하산의 말을 직접 들어보세.”
두 친구의 이런 대화가 오간 뒤 저는 그들에게 폐하께 말씀드린 그대로 하나도 빼지 않고 말했답니다.
하지만 제 말을 듣고도 사디는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자기 돈으로 제가 부자가 되었다고 고집했어요. 이야기가 끝날 무렵 저녁이 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떠날 준비를 했지요. 하지만 저는 그들을 붙잡으며 이렇게 말했지요.
“나리들,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저와 함께 약소한 저녁 식사를 하시고 또 오늘 밤 여기서 주무시는 영광을 제게 주셨으면 합니다. 내일은 배로 작은 별장으로 모시고 가겠습니다. 신선한 공기를 쐬기 위해 제가 산 작은 별장이랍니다. 내일 바로 되돌아올 겁니다.”
그들은 예의바르게 저의 초대를 받아주었습니다. 저녁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저는 그들에게 제 집과 정원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지요. 하지만 그들을 위해 마련된 저녁 식탁을 보자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어요.
다음날 아침, 신선한 공기를 만끽하기 위해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한 우리는 해가 뜰 무렵에 강가로 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양탄자가 깔린 쾌적한 보트를 탔습니다. 우리는 여섯 명의 뱃사공이 젓는 배를 타고 강줄기를 따라 한 시간 반이 채 못 되어 제 별장에 도착했지요.
저는 손님들에게 집을 구경시킨 후 정원으로 안내했습니다. 정원 끝에는 멋진 나무들이 들어선 숲이 있었지요.
우리들이 서서 정원을 구경하고 있을 때 별장으로 보냈던 저의 아이들 중 두 아들이 숲으로 달려가더니 높다란 나뭇가지에 매달린 둥지를 보고 하인을 시켜 가져오게 했습니다. 나무를 타고 올라간 하인은 둥지가 터번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지요. 둥지를 가지고 내려온 그는 그 진기한 것을 저한테 보이려고 아이들에게 그 둥지를 저에게 가져다주라고 했지요. 저는 둥지를 이리저리 돌리며 한참 살펴보다가 손님들에게 말했지요.
“나리들, 처음 저를 찾아 오셨을 때 제가 쓰고 있던 터번을 기억하시는지요?”
“잘 모르겠소.”
하고 사드가 말했습니다.
“내 친구도 나도 터번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190냥이 들어 있다면 당신 터번이 틀림없을 것이오.”
“아주 무거운 걸로 봐서, 틀림없이 들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열어보기 전에 이 터번이 비바람에 변색된 모습을 확인해 주십시오. 이 나무에 오랫동안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니까요.”
하고 제가 말했지요.
그러고 나서 저는 터번을 둘러싼 린넨 천을 풀어서 지갑을 꺼냈습니다. 사디는 그것이 자기가 제게 주었던 지갑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저는 지갑 속에 든 것들을 양탄자 위에 쏟아내며 말했어요.
“나리들, 돈입니다. 맞는지 세어 보겠습니다.”
세어보니 금화 190냥이 맞았지요. 그러자 분명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던 사디는 저를 보며 말했어요.
“이 돈이 자네가 부자가 되는 데 쓰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하네, 코기아 하산. 하지만 자네가 밀기울 항아리에 숨겼다고 한 나머지 190냥은 자네가 썼을 수 있네.”
저는 그렇지 않다고 맹세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돈에 대해서는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지요. 우리는 집으로 들어가 저녁식사를 한 후 달빛 아래 시원한 저녁 공기를 마시며 말을 타고 바그다드로 향했지요.
그런데 하인들이 어쩌다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지는 모르지만, 말들이 먹을 먹이가 다 떨어져 버렸지 뭡니까. 가게들도 모두 닫혀 있었지요. 그 때 제 노예 한 명이 근처 가게를 찾아다니다가 한 가게에서 밀기울 항아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밀기울을 사서 항아리는 다음날 돌려주기로 하고 항아리째 가져왔어요. 노예는 손으로 밀기울을 떠내 말들에게 나누어 주다가 아주 묵직한, 묶여 있는 린넨 천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 천을 그 상태 그대로 제게 가져왔지요.
저는 그 천이 무엇인지 즉시 알아보고 손님들에게 달려갔답니다.
“보세요, 나머지 190냥이 여기 있어요.”
더 확실한 증거를 위해 저는 항아리를 아내에게 보냈지요. 아내는 즉시 알아보고는 수세미와 바꾼 바로 그 항아리라고 말했지요.
사디는 기꺼이 항복을 하고는 의심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는 사드에게 말했지요.
“자네한테 졌네. 돈이 있다고 다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인정하네.”
사디는 돈을 돌려받으려 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우리는 그 돈을 자선금으로 내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음날 사드와 사디, 두 친구가 떠날 때 우리는 영원한 우정을 맹세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우정은 변함이 없답니다.
왕은 이 이야기를 듣고 매우 만족해하며 그 다이아몬드는 이제 왕의 보물창고에 있으며 그 어떤 보석보다도 더 귀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 다이아몬드를 볼 수 있도록 그대의 친구들을 데려오거라.”
이렇게 말하고 왕은 코기아 하산, 시에드 누만, 그리고 바바 압달라에게 그들이 들려준 사연에 고개를 끄덕이며 떠나도 좋다고 허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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