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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보따리 - 책/어우야담

어우야담/ (93) 재상 돌과 점쟁이 두타비

돈달원 2020. 12. 2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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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 돌(石乙)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이는 재상의 아명이었다.

  어려서 이웃집 아이 두타비豆他非와 더불어 죽마놀이를 하고 놀았다. 돌은 재상이 되었는데 두타비는 실명하여 점치는 것을 배우긴 했으나 재주가 없었으므로 명성을 얻지 못하고 구차하게 구걸하며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고 있었다. 돌이 그를 불쌍히 여겨 살길을 열어 주려고 생각하고 몰래 서로 약속하였다.

  "내가 거짓으로 말을 잃어버린 체하고 말을 동문 밖 도장곡道莊谷 제 몇 번째 소나무에 매어 놓겠네. 그리고 자네를 시켜 점치게 할 것이니 자네는 말이 도장곡 제 몇 번째 소나무에 매여 있다고 말하게. 그러면 우리나라 장안에서 점을 보려는 자들이 모두 자네에게 몰릴 것이네."

  마침내 약속한 대로 하여 과연 말을 도장곡 소나무 숲 사이에서 찾게 되니 이로부터 두타비의 명성이 크게 떨치게 되었다.
  그때 임금께서 옥대玉帶를 잃어버렸는데 두타비가 점을 잘 친다는 소문을 들으시고 역마를 달려 보내어 그를 불러들였다. 두타비는 재능이 없는데도 임금의 부름을 받게 되니 스스로 잘못 응대하여 위험에 빠지지나 않을까 두려워하였다.
한편 옥대를 훔쳐간 도둑은 은밀히 사람을 부려 길에서 두타비를 맞이하게 하였다. 두타비는 말 위에서 안장에 의지하여 탄식하며 불가설이不可說耳라고 말했는데, 이 불가설이는 근심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마침 옥대를 훔쳐간 사람의 이름은 불개 (火狗)이고 직업은 서리書吏로, 방언方言 발음이 서로 비슷하였다. 도둑은 두타비가 탄식하는 말을 듣고 크게 놀라 두타비에게 많은 뇌물을 바치며 불가설이 네 글자만은 제발 말하지 마시고, 옥대가 궁정 서쪽 오른쪽 계단 아래 감춰져 있다고만 말해서 자신이 사형을 당하지 않게 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두타비는 그의 말대로 계단 아래를 파게 했고 그곳에서 과연 옥대를 얻게 되었다.
  그러자 임금은 이를 몹시 기이하게 여겨 말했다.

  "이는 무함의 신령한 기운과 짝할 만하다. 과인이 재차 시험해 보겠노라."

  말을 마치고 드디어 곁길로 가는데 큰 두꺼비가 보이자 내시로 하여금 돌로 두꺼비를 누르게 하였다. 그리고 두타비에게 물었다.

  "내가 어떤 물건을 얻었는지 말해 보아라. 만약 맞추지 못하면 너를 마땅히 죽일 것이요, 맞추면 큰 상을 내릴 것이다."

  그때 재상이 임금을 곁에서 모시고 있었다. 두타비는 크게 민망하여 땅에 엎드려 재상을 향해 말하였다.

  "돌씨(石乙氏)로 인해 두타비 죽네!"

  이는 돌 재상이 자신에게 헛된 명예를 만들어 주어 사지死地에 이르게 한 것을 말한 것이었다. 임금은 그 연유는 알지 못하고 다만 돌乭씨는 돌이고 두타비의 방언은 두꺼비인 것만 알고 있었으므로 두타비의 이 말을 듣고 크게 놀라 말하였다.

  "과인이 과연 두꺼비를 한 마리 얻어 돌로 눌러 놓았느니라. 이 자는 천하의 신령스런 점쟁이로다."

  드디어 수천 냥에 달하는 지극한 상을 내리셨다.

  아! 허명虛名이 우연히 맞아 참된 복이 돌아갔도다. 한 번이야 요행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찌 두 번째도 요행이었겠는가! 하늘이 한 것이지 사람이 한 것은 아니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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