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와 앨리스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침내 애벌레가 입에서 물담배를 떼며 졸린 듯한 늘어진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넌 누구냐?”
대화를 유쾌하게 나누기에 좋은 질문은 아니었다. 앨리스는 약간 주눅이 들어 조마조마하며 대답했다.?
“저……, 이제 저도 잘 모르겠어요. 오늘 아침 잠에서 깨었을 때는 분명히 내가 누구인지 알았어요. 그런데 아침부터 지금까지 여러 번 바뀐 것 같아요.”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알아듣게 얘기해!”
애벌레가 엄하게 다그쳤다.
“저도 설명할 수가 없어요. 보시다시피 전 지금 제가 아니거든요.”
앨리스가 대답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애벌레가 말했다.?
“죄송해요. 더 자세하게 설명할 수가 없어요. 하루에도 몇 번이나 키가 변하니 저도 정신이 없어서요.”
앨리스가 아주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럴 리가 있니?”
애벌레가 말했다.
“아직 잘 모르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당신도 언젠가는 번데기가 되고, 그런 다음 또 나비가 된다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요?”
“아니!”
“그래요, 당신이라면 다를지도 모르죠. 저라면 정말 기분이 묘할 것 같거든요.”
앨리스가 말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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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는 한동안 말없이 물담배만 피워 대더니 마침내 팔짱을 풀고 물담배를 떼며 이렇게 말했다.?
“넌, 네가 변했다고 생각하고 있구나, 그렇지?”
“아마, 그런 것 같아요. 알고 있던 것도 기억나지 않고, 10분도 채 되지 않아 키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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