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향해 던져라, 달에라도 떨어질테니
블로그 애서(愛書)
반응형

이야기보따리 - 책/삼국유사 7

삼국유사 / 효선 제 9 / 손순이 아이를 묻다

손순(孫順)은 모량리 사람으로 아버지는 학산(鶴山)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아내와 함께 남의 집에서 품을 팔아 곡식을 얻어 늙은 어머니를 봉양했다. 어머니의 이름은 운오(運烏)였다. 손순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었는데 항상 어머니의 밥을 빼앗아 먹자. 손순은 민망하게 여겨 아내에게 말했다. "아이는 또 얻을 수 있지만 어머니는 다시 모실 수 없소. 그런데 아이가 어머니 밥을 빼앗아 먹으니 어머니의 굶주림이 얼마나 심하겠소. 아이를 땅에 묻어 어머니의 배를 채워 드리도록 해야겠소." 그러고는 아이를 업고 취산(醉山) 북쪽 들로 가서 땅을 파자 이상한 돌종이 나왔다. 부부는 놀라고 괴이하게 여겨 재빨리 나무 위에 걸고 한 번 쳐 보니 소리가 은은하여 듣기에 좋았다. 아내가 말했다. "이상한 물건을 얻은 것..

삼국유사 / 신주 제 6 / 밀본법사가 요사한 귀신을 꺾다

선덕왕 덕만(德曼)이 질병에 걸려 오랫동안 낫지 않자, 흥륜사(興輪寺)의 승려 법척이 조서를 받들어 질병을 돌보았으나 시간이 흘러도 효험이 없었다. 당시 밀본법사(密本法師)의 덕행이 온 나라에 널리 알려져 왕 주위의 신하들이 법칙 대신에 밀본법사로 바꿀 것을 청하자, 왕이 조서를 내려 궁궐로 불러들었다. 밀본이 왕의 침실 밖에서 [약사경(藥師經)]을 다 읽자, 가지고 있던 육환장(六環杖)이 침실 안으로 날아들어 늙은 여우 한 마리와 법척을 찔러 뜰 아래에 거꾸로 내던지니, 왕의 병이 곧 나았다. 이때 밀본의 정수리 위에 오색의 신비한 광채가 나, 보는 사람들이 모두 놀라워했다. 또 승상(承相) 김양도(金良圖)는 어렸을 때 갑자기 입이 붙고 몸이 뻣뻣하게 굳어 버려 말을 하지 못하고 팔다리도 쓰지 못하게 ..

삼국유사 / 신주 제 6 / 혜통이 용을 항복시키다

이때 당나라 황실의 공주가 병이 나서 고종이 삼장에게 구해 주기를 요청했다. 삼장은 자기 대신 혜통을 천거했다. 혜통이 명을 받고 따로 머물면서 흰 콩 한 말을 은그릇 속에 넣고 주문을 외우자, 흰 콩이 흰 갑옷을 입은 귀신 군사로 변했다. 그 군사로 마귀를 쫓아내려 했으나 이기지 못했다. 다시 검은 콩 한 말을 금그릇 속에 넣고 주문을 외우자 검은 갑옷을 입은 귀신 군대로 변했다. 두 색깔의 구신 군대가 힘을 합쳐 마귀를 쫓아내자 갑자기 교룡이 뛰쳐나가고 마침내 공주의 병이 낫게 되었다. 교룡은 혜통이 자신을 쫓아낸 것을 원망하여 신라의 문잉림(文仍林)으로 가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해쳤다. 이때 정공(鄭恭)이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혜통을 만나 말했다. "스님이 내쫓은 독룡(毒龍)이 본국에 와서 심..

삼국유사 / 감통 제 7 / 월명사의 도솔가

경덕왕 19년 경자년(760년) 4월 초하루에 두 해가 나란히 나타나 열흘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천문을 맡은 관리가 아뢰었다. "인연 있는 승려를 청하여 산화공덕(散花功德)을 하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조원전(朝元殿)에다 깨끗이 단을 만들고 청양루(靑陽樓)에 행차하여 인연 있는 승려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때 월명사(月明師)가 밭 사이로 난 남쪽 길을 가고 있었는데, 왕이 사람을 보내 그를 불러 단을 열고 기도하는 글을 짓게 했다. 월명사가 말했다. "신승은 국선의 무리에 속하여 단지 향기만을 알 뿐 범성(梵聲)은 익숙하지 못합니다." 왕이 말했다. "이미 인연 있는 승려로 지목되었으니, 향가를 지어도 좋소." 이에 월명사가 [도솔가]를 지어 불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삼국유사 / 감통 제 7 / 김현이 호랑이를 감동시키다

신라 풍속에 해마다 음력 이월이 되면 초여드렛날에서 보름날까지 서울의 남녀들이 다투어 흥륜사(興輪寺)의 전탑을 돌면서 복을 빌었다. 원성왕(元聖王) 대에 화랑 김현(金現)이 밤이 깊도록 혼자 쉬지 않고 탑돌이를 하고 있었다. 이 때 한 처녀가 염불을 외면서 뒤따라 돌다가 서로 눈길을 주고 받았다. 그들은 탑돌이를 마치고는 조용한 곳으로 가 정을 통했다. 처녀가 막 돌아가려 하자 김현이 따라가려 했다. 처녀가 사양했으나 김현은 억지로 따라갔다. 서산 기슭에 이르러 한 초가집으로 들어갔는데, 노파가 있어 처녀에게 물었다. "따라온 사람이 누구냐?" 처녀는 사실대로 이야기 했다. 노파가 말했다.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없었던 것만 못하구나. 그러나 이미 저질러진 일이니 어쩌겠느냐? 은밀한 곳에 숨겨 주어라. ..

삼국유사 / 감통 제 7 / 선율이 살아 돌아오다

망덕사(望德寺)의 승려 선율(善律)은 돈을 시주받아 [육백반야경(六百般若經)]을 만들려 하다가 완성되기 전에 갑자기 저승사자에게 쫓겨 염라대왕에게 갔다. 염라대왕이 물었다. "너는 인간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하였느냐?" 선율이 말했다. "소승은 늘그막에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을 완성하려고 했으나, 과업을 이루지 못하고 왔습니다." 염라대왕이 말했다. "네 수명은 비록 다하였으나 좋은 소원을 다 마치지 못했으니,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 보배로운 불전을 끝마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고는 선율을 인간 세상으로 돌려보냈다. 돌아오는 길에 한 여인이 울면서 선율 앞에 와 절을 하고 말했다. "저 역시 남염주(南閻州) 신라 사람인데, 부모가 금강사의 논 한 이랑을 몰래 훔친 죄에 연루되어 저승에 잡혀 와서 ..

삼국유사 / 기이 제 2 / 제48대 경문대왕 中

왕은 즉위한 후 귀가 갑자기 당나귀 귀처럼 자랐다. 왕후와 궁인들은 모두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오직 복두장 한 사람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평생토록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다. 어느 날 복두장이 죽을 때가 되자 도림사(道林寺) 대숲 가운데로 들어가 사람이 없는 곳에서 대나무를 향해 외쳤다.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그 후 바람이 불면 대나무 숲에서 이런 소리가 났다.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왕이 그것을 싫어하여 대나무를 모두 베어 버리고는 산수유를 심었는데 바람이 불면 이런 소리가 났다. "우리 임금님 귀는 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