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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보따리 - 책/삼국유사

삼국유사 / 신주 제 6 / 밀본법사가 요사한 귀신을 꺾다

돈달원 2020. 11. 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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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덕왕 덕만(德曼)이 질병에 걸려 오랫동안 낫지 않자, 흥륜사(興輪寺)의 승려 법척이 조서를 받들어 질병을 돌보았으나 시간이 흘러도 효험이 없었다. 당시 밀본법사(密本法師)의 덕행이 온 나라에 널리 알려져 왕 주위의 신하들이 법칙 대신에 밀본법사로 바꿀 것을 청하자, 왕이 조서를 내려 궁궐로 불러들었다.

  밀본이 왕의 침실 밖에서 [약사경(藥師經)]을 다 읽자, 가지고 있던 육환장(六環杖)이 침실 안으로 날아들어 늙은 여우 한 마리와 법척을 찔러 뜰 아래에 거꾸로 내던지니, 왕의 병이 곧 나았다. 이때 밀본의 정수리 위에 오색의 신비한 광채가 나, 보는 사람들이 모두 놀라워했다.

  또 승상(承相) 김양도(金良圖)는 어렸을 때 갑자기 입이 붙고 몸이 뻣뻣하게 굳어 버려 말을 하지 못하고 팔다리도 쓰지 못하게 되었다. 김양도가 보니 언제나 큰 귀신 하나가 작은 귀신 여럿을 거느리고 와서 집 안의 모든 음식을 씹어 맛을 보았고, 무당이 와서 제사를 지내면 여러 귀신들이 모여 다투어 모욕했다. 김양도는 귀신들을 물러가게 하려고 했으나 입으로 말할 수가 없었다. 이때 그의 아버지가 법류사(法流寺)에 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승려를 청해 와서 경을 암송하게 해는데, 큰 귀신이 작은 귀신에게 명하여 승려의 머리를 철퇴로 쳐서 땅에 넘어뜨리니 이내 피를 토하고 죽었다. 

  며칠 뒤에 사람을 보내 밀본을 불러오게 했는데, 심부름 갔던 사람이 돌아와 말했다.

  

  "밀본법사가 우리의 청을 받아들여 곧 오겠다고 했습니다."

 

  귀신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놀라 얼굴빛을 잃었다. 작은 귀신이 말했다.

 

  "법사가 도착하면 불리할 테니 피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큰 귀신이 거들먹거리며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무슨 해로움이 있겠는가?"

 

  얼마 후 사방에서 큰 힘을 가진 귀신들이 모두 쇠갑옷과 긴 창으로 무장하고 와서 여러 귀신들을 붙잡아 갔다. 그러고 나서 무수한 천신(天神)이 둘러서서 기다리자, 잠시 후 밀본이 왔다. 밀본이 경을 펴기도 전에 김양도의 병이 나아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몸이 풀리자 그는 지난 일을 모두 법사에게 이야기했다. 김양도는 이 일로 해서 불교를 독실하게 믿고는 평생 동안 게을리하지 않았고, 흥륜사 법당의 주불(主佛)인 미륵존상과 좌우의 보살상을 빚었으며 또한 금색으로 벽화를 가득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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