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향해 던져라, 달에라도 떨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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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보따리 - 책/별순검 수사일지 - 검안- 5

별순검 수사일지 -검안- / 주지승의 비밀 / 도경의 아랫도리

"아이고, 아이고!"        아랫도리를 움켜쥐는 것도 잠시, 귀두는 개구리의 독이 올라 순식간에 무 뿌리처럼 부풀었다. 당시엔 효겸(孝謙)이란 여황(女皇)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와병중이었다. 도경이 자진하여 궁에 들어가 태상황 효겸의 치료를 맡아 쾌유시키자 태상황은 항시 자신의 곁에서 도경을 떠나지 않게 하였다.   일이 이렇게 되면 그렇고 그런 사건이 벌어지게 마련인 모양으로 도경 역시 태상황에게 자신의 물건을 진상하게 되어 신하로서는 최고의 자리인 태정대신선사(太政大臣禪師)의 지위까지 오르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수 더 떠서 태상황은 도경에게 천황 자리를 내어 줄 속셈으로 자기 아들 순인 천황(淳仁天皇)을 멀리 귀양 보내고 칭덕여황(稱德女皇)으로 복위했으나 2년을 채우지 못하고 ..

별순검 수사일지 -검안- / 음란서생 / 둘째 날 훔친 복숭아가 맛있다 / 도원경의 새로운 해석

"한데 말이시, 가만 생각해 보니 도원경이란 그런 뜻이 아니란 말이야. 오래 전부터 중국인들은 복숭아를 선과(仙果)라 하여 사랑해 왔거든. 일테면 서왕모(西王母)의 고사를 비롯해 무릉도원(武陵桃源)에 관한 전설 같은 게 그런 게지. 한데, 하필이면 복숭아인가 하는 점이야. 사과도 있을 수 있고 배나 감도 있거든. 그런 걸 놔 두고 하필이면 왜 복숭아가 대접을 받는가 그 말이야?" 생각해 보니 그랬다. 전설이나 설화라는 게 어떤 경로로든 이유가 있을 테지만 그 안에는 은유적인 무늬가 숨겨져 있었다. 장인하는 그러한 은유를 나름대로 풀어헤쳤다. "내가 도원경이란 글자를 들여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란 말이야. 도(桃)는 복숭아를 본뜬 상형이야. 그렇담 원(源)은 뭔가. 물(水)이 흐르는 근본 줄기(原)이자 동..

별순검 수사일지 -검안- / 잊혀진 여인 / 격쟁

이가원은 안으로 들어가 대청마루에 부복했다. 금방이라도 빗발이 날릴 것 같은 날씨 탓에 김 감사가 배려했다. 이가원은 품속에서 검고 칙칙한 물건을 내놓았다. 그것은 침술사가 쓰는 대침 같은 것으로 검게 퇴색하고 군데군데 삭아 있었다. 아전이 집어 건네자 김우현이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었다. "뭣이냐?" "죽은 누이의 몸에서 나온 물건입니다. 사또, 누이는 부정을 저질렀다 하여 봉분을 올리지 못한 채 세 해를 지나왔습니다. 양지바른 곳에 무덤을 만들었습니다만, 사흘 전 시생 꿈길에 찾아와 눈물 흘리며 절을 하고 돌아서지 않겠습니까. 생각해 보니 누이가 세상을 버린 지 꼭 세 해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소인이 이름난 풍수사를 대동하여 양지바른 곳으로 이장하려 어제 누이 무덤을 파헤쳤습니다. 한데, 뼈만 남은 누..

별순검 수사일지 - 검안 - / 숫자의 비밀 / 첫째 날 - 옥구를 손에 쥔 여인 / 불에 탄 시체

"옛 서적에 이르기를, 불에 타 죽으면 몸이 오그라든다 하여 권축(拳縮)이라 했다. 화기에 물 기운을 빼앗겼을 터, 먼저 입 안을 살펴라!" "그을음이 없습니다." 이미 기식(氣息;호흡)이 끊어져 닫힌 입 안으로 연기가 들어올 수 없다는 얘기다. 주검이 살아 있었다면 뜨거운 불길을 피하려 움직였을 것이고, 따라서 입은 열리고 기맥(氣脈)이 왕래해 입 안에 그을음이 차게 된다. 코도 마찬가지다. 뉘어진 주검의 등 쪽만 탄 것은 사후(死後)에 불을 지른 증좌였다.

별순검 수사일지 -검안- / 조선 전기의 검시(檢屍)와 <무원록>

은 원(元)나라의 왕여(王與, 1261~1346)가 저술한 법의학 참고서다. 온주(溫州) 사람으로 동한의 처사 왕 패(王覇)의 후손인 그는 부친 왕승(王勝) 대에 이르러 추밀승지(樞密承旨)가 되면서 거족의 반열에 올랐다. 원나라가 통일제국이 되자, 과거시험을 치르지 않고 관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이직(吏職)으로부터 시작했는데, 왕여는 유목(劉牧)의 추천으로 온주군의 실무관료인 공조(功曹)가 되어, 기근으로 굶어죽는 백성들을 살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워 염관주(鹽官州) 제공안독(提控案牘)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그 후 처주로(處州路) 총관지사(總管知事)가 되어 가는 곳마다 옥사를 명쾌하게 처리해 이름이 높았는데, 은 이 때의 경험을 엮어 문제점과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타살이든 자살이든 인명(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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