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이 일찍이 "시를 지으면 운율이 맞다."고 스스로 자랑하며 소령 짓기를 좋아하였다. 그것을 내 속으로 "남을 속이는 구나"하고 생각했는데 [시여도보]를 보니 구절마다 그 옆에 모두 권점이 있었다. 어떤 자는 전청, 전탁이며 어떤 자는 반청, 반탁이라 하여 글자마다 음을 달았기에 시험 삼아 누님이 지은 시를 가지고 맞춰보니, 어떤 것은 다섯 자, 어떤 것은 세 자의 착오가 있을 뿐, 크게 서로 어긋나거나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때야 누님의 타고난 재주가 아주 뛰어남을 알고 머리 숙이고 그 뒤를 따랐다. 누님은 공들이는 것을 아꼈는데도 이루어 놓은 것은 이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