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향해 던져라, 달에라도 떨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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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보따리 - 책/그림동화

헨젤과 그레텔 / 그림형제

돈달원 2021. 1. 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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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나무꾼이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숲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남자 아이 이름은 헨젤이고 여자 아이 이름은 그레텔이었습니다. 워낙 가난한 살림이라 늘 먹을 것이 부족하곤 했는데, 거기다가 그 해에는 큰 기근이 나라 전체를 휩쓸고 지나가서 나무꾼은 식구들의 먹을거리를 그나마도 마련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밤이 되어도 그는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걱정을 하느라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그는 한숨을 쉬며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우리 둘이 먹을 것도 없을 지경이니 우리 불쌍한 아이들한테는 뭘 먹이지?”


  그러자 아내가 말했습니다. 

 

  “방도가 있긴 있어요. 내일 아침 일찍 아이들을 데리고 숲 속 깊숙이 들어가는거예요. 거기 가서 불을 피우고 아이들에게 빵 한 덩어리씩을 나눠 준 뒤 아이들을 거기 내버려 두고 우리는 일을 하러 가서 돌아가지 않는거예요. 아이들은 집으로 오는 길을 모르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아이들한테서 벗어날 수 있다구요.” 

 

  “안 돼, 여보. 그럴 수는 없어. 내 아이들을 숲 속에 버리고 올 수는 없어. 그랬다가는 맹수들이 금방 그 애들을 잡아먹고 말 텐데.”


  그러자 아내가 다시 말했습니다.


  “오, 이 바보 같은 사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네 식구는 이대로 굶어 죽고 만단 말이예요. 일찌감치 관 짤 궁리나 하는 게 좋을걸요!”


  아내가 자꾸 이런 말을 되풀이하면서 괴롭히는 바람에 마침내 나무꾼은 아내의 말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불쌍해.”

 

  나무꾼이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밤 두 아이는 너무나 배가 고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계모가 아버지에게 하는 말을 다 들었습니다. 그레텔은 너무나 슬퍼서 눈물을 흘리며 헨젤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우린 죽었어.”


  그러자 헨젤은 말했습니다.

 

  “조용히 해, 그레텔. 염려하지마. 내가 곧 좋은 방도를 생각해 낼 테니까.” 

 

  엄마 아빠가 잠이 들자 헨젤은 옷을 걸쳐 입고 살그머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밖에는 달이 휘영청 밝았습니다. 집 앞에 널려 있는 자갈들이 마치 순은으로 된 은화처럼 달빛에 하얗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헨젤은 가능한 한 많은 자갈들을 주워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습니다. 다시 방 안으로 돌아온 헨젤은 그레텔에게 말했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그저 편안히 잠이나 자. 하느님은 우리를 버리지 않으실 거야.”

 

  그러고 나서 헨젤도 자기 침대에 누웠습니다.

  이튿날 새벽이었습니다. 아직 해가 떠오르지도 않았는데 계모가 와서 두 아이를 깨웠습니다.

 

  “일어나, 이 게으름뱅이들아! 나무하러 숲으로 가야 해.” 

 

  계모는 아이들에게 빵 한 조각씩을 안겨 주며 말했습니다.


  “이게 점심이야. 이것 말고는 먹을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점심 때가 되기 전까지는 먹지마.”

 

  헨젤의 주머니 속에는 자갈이 가득 들어 있었으므로 그레텔은 그 빵 조각들을 자기 앞치마로 쌌습니다. 그러고 나서 네 식구는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얼마쯤 걸어갔을 때 헨젤은 걸음을 멈추고 집 쪽을 돌아보았습니다. 그가 이따금 돌아볼 때면 아버지가 한 마디 했습니다. 

 

  “뭘 보고 있는거냐, 헨젤? 왜 꾸물거리는거지? 그저 앞만 보고 부지런히 걷도록 해라!”

 

  헨젤은 말했습니다.

 

  “전 우리 집 지붕 위에 앉아 있는 하얀 새끼고양이를 보고 있는거예요. 저 고양이는 저한테 잘 다녀오라는 작별인사를 하고 싶어해요.”

 

  그러자 계모가 말했습니다.

 

  “바보 같으니. 그건 고양이가 아냐, 해가 굴뚝 위에서 빛나고 있는거지.”

 

  사실 헨젤은 고양이를 본 것이 아니고 주머니 속에서 윤이 나는 하얀 자갈을 꺼내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하나씩 떨어뜨리고 있었습니다. 숲 한가운데에 이르렀을 때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얘들아, 땔나무를 좀 모아 오너라. 너희들이 춥지 않게 불을 피워 줄 테니까.” 

 

  헨젤과 그레텔은 마른 나뭇가지들을 모아 조그만 나뭇단을 만들어 가지고 왔습니다. 나뭇가지에 이내 불이 활활 살아나자 계모가 말했습니다.


  “자, 얘들아, 불 옆에 누워 편히 쉬고 있으렴. 우리는 나무하러 숲 속으로 들어갈 테니까. 일이 다 끝나면 돌아와 너희들을 데려가마.” 

 

  헨젤과 그레텔은 불 옆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점심 때가 되자 그들은 빵을 먹었습니다. 도끼질하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으므로 그들은 아버지가 근처에 있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도끼질 소리가 아니고 아버지가 죽은 나무에 매달아 놓은 나뭇가지 하나가 바람에 날려 죽은 나무를 탁탁 두드리는 소리였습니다. 오누이는 오랫동안 불 옆에 앉아 있다 보니 그만 졸음이 와서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들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칠흑같이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그레텔은 울면서 말했습니다.
 

  “어떻게 이 숲에서 빠져나가지?”


  “달이 뜰 때까지 좀 기다려봐. 그러면 길을 찾을 수 있을거야.”

 

  헨젤은 동생을 달랬습니다.
  얼마 후 보름달이 떴습니다. 헨젤은 누이동생의 손을 잡고 새로 주조된 은화처럼 반짝이면서 그들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자갈들을 따라 걸었습니다. 그들은 밤새껏 걸어 날이 샐 무렵에야 아버지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들이 문을 두드리자 계모가 문을 열고 내다보았습니다. 계모는 헨젤과 그레텔이 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대뜸 소리쳤습니다.

 

  “이 못된 것들, 왜 그렇게 숲 속에서 오래 잠을 퍼자? 우린 너희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이들을 숲 속에 버리고 온 것 때문에 몹시 괴로워하던 터라 크게 기뻐했습니다.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온 나라에 기근이 닥쳐 왔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아이들은 잠자리에 누운 계모가 아버지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또 들었습니다.

 

  “또다시 먹을 게 떨어졌어요. 집안에 남은 것이라고는 빵 한 덩어리뿐이에요. 그게 다 떨어지고 나면 모두들 손가락만 빨고 지내야 할 형편이라고요. 그러니 아이들을 버려야 해요. 이번에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더 깊은 숲 속으로 데려가도록 합시다. 안 그랬다간 모두 다 굶어 죽을거예요.” 

 

  말을 듣고 아버지는 슬픔에 잠긴 채 ‘그 마지막 남은 빵을 아이들과 함께 나눠먹는 게 휠씬 더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지만 아내는 그가 무슨 말을 해도 귀담아듣기는커녕 그를 비난하고 나무라기만 했습니다. 일단 손을 내주게 되면 다음에는 팔을 내줘야 하는 게 세상 이치이므로 이미 한 번 계모의 말을 들은 이상 아버지는 이번에도 계모의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이번에도 그들의 이야기를 엿들었습니다. 부모님이 잠들었을 때 헨젤은 전처럼 자갈을 모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계모가 문을 잠가 놓았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헨젤은 누이동생을 달래 주기 위해 말했습니다. 

 

  “울지마, 그레텔. 마음 푹 놓고 잠이나 자. 하느님이 우리를 도와주실거야.”

 

  이튿날 새벽, 계모는 아이들 방으로 와서 아이들을 두드려 깨웠습니다. 아이들은 계모에게서 빵 한 조각씩을 받았는데 그것들은 전에 받았던 것보다 휠씬 작은 것이었습니다. 숲으로 가는 길에 헨젤은 주머니 속에서 빵을 조금씩 뜯어내 길바닥에다 하나씩 떨구느라 자주 걸음을 멈추곤 했습니다. 

 

  아버지가 물었습니다.

 

  “왜 자꾸 멈춰 서서 두리번거리는 거냐, 헨젤? 어서 부지런히 걷기나 하거라!”

 

  헨젤은 대답했습니다.

 

  “우리 집 지붕 위에 앉아 있는 조그만 비둘기를 바라보는거예요. 그 녀석이 저한테 작별인사를 하고 싶어해요.”

 

  그러자 계모가 말했습니다.

 

  “바보 같은 녀석! 그건 비둘기가 아냐. 해가 굴뚝 위에서 반짝이고 있는거지.”

 

  그러나 헨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길 위에 빵부스러기를 떨어뜨렸습니다. 계모는 아이들을 끌고 전보다 더 깊은 숲 속, 아이들이 생전 처음 와 보는 곳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또다시 모닥불을 피운 뒤 계모가 말했습니다. 

 

  “얘들아, 너희들은 여기 앉아 있도록 해라. 졸리면 눈 좀 붙이고. 우리는 숲 속으로 나무하러 갔다가 저녁에 일이 다 끝나면 너희들을 데리러 이리로 오마.”


  점심 때가 되었을 때 그레텔은 자기 빵을 헨젤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헨젤의 빵은 길에다 모두 뿌렸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나서 오누이는 잠이 들었습니다. 마침내 날이 어두워졌는데도 부모님은 불쌍한 아이들 곁으로 오지 않았습니다. 사방이 칠흑처럼 캄캄해졌을 때에야 오누이는 비로소 깨어 일어났습니다.
 

  “달이 뜰 때까지만 기다려, 그레텔. 그러면 내가 뿌려 놓은 빵부스러기들이 잘 보일 것이고 우린 그걸 따라 집으로 갈 수 있어.”


  헨젤은 누이동생을 달랬습니다. 그리고 달이 떴을 때 집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빵부스러기는 아무 데도 없었습니다. 그 숲과 벌판에 사는 많은 새들이 그것을 모두 쪼아 먹었기 때문입니다.
  헨젤은 그레텔을 위로했습니다.

 

  “걱정하지마. 길을 찾을 수 있을거야.” 

 

  하지만 그들은 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밤새도록 걸었습니다. 그 이튿날에도 아침부터 밤까지 꼬박 걸었지만 숲에서 빠져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땅바닥에서 자라는 산딸기를 조금 먹었을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에 배가 몹시 고팠습니다. 결국 지칠 대로 지쳐 더 이상 걸을 수가 없게 되어 어느 나무 밑에 쓰러졌습니다.
  다시 아침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아버지의 집을 떠난 뒤로 세 번째 맞는 아침이었습니다. 그들은 간신히 일어나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숲 속으로 자꾸 더 깊이 들어갈 뿐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나타나 그들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너무나 굶주리고 지친 나머지 곧 죽을 지경에 놓였습니다. 

  그 날 점심 무렵 그들은 아주 예쁘고 눈처럼 하얀 새 한 마리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새가 너무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오누이는 멍청히 서서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노래를 다 부른 새는 날개를 저으며 그들 앞쪽으로 날아왔습니다. 그들은 새를 따라갔습니다. 그러자 조그만 집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빵으로 만들어진 그 집의 지붕은 케이크로, 창문은 설탕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겠습니까. 헨젤은 소리쳤습니다. 

 

  “우와, 이게 웬거지! 우리 맛 좀 보자. 난 지붕을 좀 뜯어 먹고 싶어. 그레텔, 너는 창문을 좀 먹어 보렴. 아주 달 테니까 말이야.”


  헨젤은 지붕 위로 올라가 지붕 한 조각을 뜯어 냈고 그레텔은 창문 앞으로 가서 창문을 사각사각 갉아먹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집 안에서 귀청을 찢을 듯한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쥐소리가 나는군.
  내 집을 갉아먹는 게 누구냐? ”

  아이들이 대답했습니다.

  “바람, 바람이에요.
  하늘에서 불어오는 아주 부드러운 바람.” 

 

  아이들은 다른 일에는 일체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정신 없이 먹어대기만 했습니다. 지붕이 어찌나 맛있는지 헨젤은 지붕을 크게 한 조각 떼어 내서 아래로 내려왔고 그레텔은 둥그런 창문을 떼어낸 뒤 바닥에 주저앉아 입맛을 다셔가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아주 늙은 할멈 하나가 목발에 몸을 의지한 채 슬그머니 집에서 나왔습니다. 헨젤과 그레텔은 몹시 놀라 손에 들고 있던 것들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러나 할멈은 머리를 흔들며 말했습니다. 

 

  얘들아, 누가 너희들을 이리로 데려온거냐? 안으로 들어가서 나랑 같이 살자꾸나. 아무도 너희들을 해치지 않을 테니까.”


  할멈은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나서 할멈은 두 아이에게 우유, 설탕 친 팬케이크, 사과와 호두 등 맛있는 음식을 먹였습니다. 그리고 하얀 시트가 덮인 조그만 침대 두 개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헨젤과 그레텔은 각자 자기 침대에 누워 여기가 바로 천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할멈은 겉으로는 친절한 체했지만 사실은 아이들을 노리는 못된 마녀였습니다. 그 마녀는 아이들을 유혹하기 위해 빵으로 된 집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아이들만 보면 일단 아이들을 꼼짝못하게 해 놓고는 아이들을 죽인 뒤 요리해서 먹어 치우곤 했습니다. 그 마녀에게는 아이들을 죽이는 날이야말로 잔칫날인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마녀들은 대체로 눈이 빨갛고 시력이 별로 좋지 않은 반면 냄새 맡는 감각만큼은 동물들 못지않게 좋아서 사람이 근처에 있을 경우에는 귀신같이 알아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헨젤과 그레텔이 자기집 근처에 왔을 때 마녀는 악마처럼 음흉하게 웃으며 중얼거렸습니다.

 

  “너희들은 이제 내 밥이다! 절대로 내게서 도망치지 못해!”

 

  이튿날 새벽, 마녀는 아이들이 잠깨기 전에 먼저 일어나 장밋빛처럼 발그레한 뺨을 가진 그 아이들이 곤하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이것들은 정말 맛있는 요릿감이 되겠는걸!”


  마녀는 갈퀴같이 억센 두 손으로 헨젤을 움켜 쥐고 조그만 우리로 데리고가 헨젤을 그 안에 가두고 철망으로 된 문을 잠가 버렸습니다. 헨젤은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마녀는 다시 그레텔에게로 가서 그레텔을 흔들어 깨우며 소리쳤습니다. 

 

  “일어나, 이 게으름뱅이야! 물을 길어 와서 네 오빠한테 맛있는 음식을 요리해 줘. 네 오빠는 밖에 있는 우리 속에 갇혀 있어. 그 녀석을 피둥피둥하게 살찌게 해야 해. 제대로 살이 오르면 그 녀석을 잡아먹을거야.”


  그레텔은 슬픔을 못 이겨 울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래 봤자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레텔은 그 못된 마녀가 시키는 대로 해야 했습니다. 그리하여 불쌍한 헨젤은 아주아주 맛있는 요리를 먹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레텔은 게껍데기밖에 얻어먹지 못했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마녀는 그 조그만 우리로 다가가 소리치곤 했습니다.


  “헨젤, 네 손가락을 내밀어 봐. 얼마나 살쪘는지 만져 보게.” 

 

  헨젤은 그 때마다 조그만 뼈를 내밀었고 마녀는 눈이 아주 나쁜 탓으로 그 뼈를 헨젤의 손가락으로 잘못 알곤 했습니다. 헨젤은 살이 찌지 않자 마녀는 당황했습니다. 한 달이 지났는데도 헨젤은 여전히 깡마른 채로 있자 마녀는 초조해서 어쩔 줄을 모르다가 그냥 잡아먹기로 했습니다.
  마녀는 그레텔에게 소리쳤습니다.

 

  “얘, 그레텔! 가서 물 좀 길어 오너라! 이제 헨젤이 살이 쪘건 말랐건 상관없다. 내일은 그 녀석을 잡아서 요리를 해 먹을 테다.” 

 

  불쌍한 그레텔은 울면서 물을 길어 왔습니다. 두 뺨으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그레텔은 탄식했습니다.

 

  “하느님, 우리를 도와주세요! 차라리 그 숲 속에서 맹수들한테 잡아먹혔더라면 적어도 함께 죽을 수는 있었을 텐데!”

 

  이튿날 새벽 그레텔은 밖으로 나가 물을 가득 채운 솥을 걸고 불을 피워야 했습니다. 그 때 마녀가 말했습니다.

 

  “우선 빵을 구워라. 밀가루는 벌써 반죽해 놓았고 오븐도 데워 놓았다.”

 

  마녀는 오븐 앞으로 불쌍한 그레텔의 등을 떠밀었습니다. 오븐 속에서는 불길이 넘실거리고 있었습니다. 마녀가 말했습니다. 

 

  “오븐 안으로 기어들어가서 안의 온도가 적당한지 살펴보거라. 온도가 적당하면 밀가루 반죽을 안에다 집어넣어야 하니까.”


  마녀는 그레텔이 오븐 속으로 기어들어가면 오븐의 문을 닫을 속셈이었습니다. 그레텔도 구워서 먹을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레텔은 얼른 그 속셈을 눈치 채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이 안으로 들어가죠?”

 

  “멍청한 년. 그 입구는 아주 넓어서 너 같은 건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어. 나까지도 들어갈 수 있단 말이야! 잘 봐.”

 

  마녀는 오븐 앞으로 뒤뚱뒤뚱 걸어가 오븐의 입구 속에다 머리를 들이밀었습니다. 그러자 그레텔은 있는 힘을 다해 재빨리 마녀를 오븐 안으로 밀어넣고는 쇠문을 닫고 문의 걸쇠를 잠가 버렸습니다.

 

  “으악!”

 

  마녀는 미친듯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그레텔은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 못된 마녀는 오븐 속에서 비참하게 타 죽었습니다. 

 

  한편 그레텔은 곧바로 헨젤에게 달려가 우리의 문을 열고 소리쳤습니다.

 

  “오빠, 우리는 살게 됐어. 마녀는 죽었어!”


  우리의 문이 열리자 헨젤은 새장 속에서 풀려 나오는 새처럼 가볍게 우리를 빠져나왔습니다. 두 사람은 너무나 기쁘고 행복해 어쩔 줄 몰랐습니다. 서로 끌어안고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두려워 할 것이 없었으므로 그들은 마녀의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집 안에는 진주와 보석들로 가득 찬 금궤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갈보다야 진주와 보석이 훨씬 더 좋지.”


  헨젤은 주머니 속에 진주와 보석들을 꽉꽉 채워 넣었습니다. 

 

  “나도 좀 가져가야지.”


  그레텔도 진주와 보석들을 앞치마에 가득 담았습니다.

 

  “이제는 이 곳을 떠나는 게 좋겠다. 그래야 무사히 마녀의 숲을 빠져나갈 수 있을 테니까.”


  헨젤의 말에 따라 그들은 숲 속을 몇 시간 동안 걸어 이윽고 큰 강이 흐르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강을 건널 수가 없겠는데. 다리 같은 게 전혀 보이지 않아.”

 

  헨젤의 말을 받아 그레텔도 한 마디 했습니다.

 

  “배도 없어. 하지만 저기 헤엄치고 있는 하얀 오리 한 마리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면 들어줄거야.”

 

  그레텔은 크게 소리를 쳤습니다.

  “오리야, 오리야, 우리를 좀 도와주렴!
  우린 헨젤과 그레텔이야. 우리는 큰 곤란에 처했어.
  아무리 애써 봐도 여길 건널 수가 없어.
  우리를 좀 건너게 해주렴!”

  그러자 오리는 그들 쪽으로 헤엄쳐 왔습니다. 헨젤은 오리의 등에 올라타면서 그레텔에게 자기 앞에 앉으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아내도 죽어 그는 혼자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레텔이 앞치마를 펼쳐 흔들자 보석과 진주들이 방바닥에 떨어졌습니다. 헨젤도 주머니 속에서 진주와 보석을 계속 끄집어냈습니다. 이제 그들을 괴롭히던 온갖 근심걱정은 모두 사라지고 그들은 더할 수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이걸로 끝입니다. 저기 쥐 한 마리가 달아나고 있군요. 저 놈을 잡는 사람은 그 털가죽으로 큼직한 모자 하나를 만들 수 있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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