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생물,
또 다양한 것들이 함께 살고 있다.
너무 제각기여서 서로 소통도 없이 살기만 할 것 같은 세상이지만
다른 인종의 언어를 배움으로써
다양한 인종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뿐더러
서로 교감을 통해 다른 생물,
심지어 무생물과도 소통을 하곤 한다.
문학도 그렇다.
세상에 다양한 장르의 문학이 존재하지만
한 사람이 다양한 장르의 텍스트를 받아들이고 소통시켜
문학을 하나로 뭉치면서 문학 간의 소동을 일으킬 때가 있다.
소동은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며
어떤 문학 간에 일어날지 모른다.
그것은 아무도 모르게 어느 날 갑지기 불쑥 찾아오곤 한다.
문학 간의 소동은 나에게도 갑작스레 찾아왔었는데
문학 간의 소통은 시끄러운 귓속말 같았으며
왁자지껄하면서 질서정연한 소동같았다.
문학 텍스트들의 수다,
지금부터 그 소동에 대해 얘기해볼까한다.
볼일을 보며 화장실에서 소설 '모모'를 읽고 있을 때였다.
노크도 하지 않은 채 매너없이 찾아온 소동은
영화 '인사이드 아웃'과 함께 내머리로 들어와
'모모와 조이는 비슷해'라는 문장을 던졌다.
(트와이스 모모와 레드벨벳 조이가 아닌 소설 모모와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등장인물)
던져진 작은 소동의 돌멩이의 물결은
파도가 되어 빠른 속도로 내 머릿 속을 덮쳤다.
초등학교 때 필독도서로 만나 읽었던 미하엘 엔데의 '모모'는
그저 어딘가 다른 세상의 동화 속 이야기였다.
어느 날 갑자기 옛 커다란 도시의 원형극장 터에
모모라는 소녀가 찾아오게 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때 묻지 않은 소녀 모모는 순수하고 상냥한 마음씨로
사람들의 고민을 성심성의껏 귀기울여준다.
사람들은 모모 덕분에 많은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었고
세상엔 순수함이 넘쳐났다.
하지만 갑자기 시간을 훔치는 도둑, 회색신사들이 나타나
사람들의 시간을 훔쳐가면서
사람들의 순수함은 점차 사라지고
개성없이 일만하며 획일화 되어간다.
모모에게도 회색신사들의 마수가 뻗치지만
모모는 꾐에 넘어가지 않고 이겨낸다.
회색신사들의 정체를 알아낸 모모는 사람들을 위해 두렵지만
회색신사들에게 맞서 사람들의 시간을,
순수함을 되돌려주려 노력한다.
힘이 없어 당하기만 하던 모모에게
시간의 관리자가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모모는 도움을 받아 가장 가까운 친구인 배포와 기기를
회색신사들의 꾐에서 제일 먼저 구해내
둘의 도움을 받아 맞서 싸워
끝내 훔쳐간 시간을 사람들에게 찾아주게 된다.
이러한 평범한 동화같은 이야기는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난 후
문학 간의 소동에 의해
180˚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 머릿속에서 재창작되었다.
소설 '모모'의 배경이 되는
'옛 커다란 도시의 원형극장 터'는 사람의 머리가,
그곳에 갑자기 나타난 '모모'는 머릿속의 '자아',
'모모를 돕는 사람들'은
기타 다른 감정들과 세포들, '회색신사'는 획일화된 교육,
'청소부 배포'는 생각, '기기'는 용기와 창의성을 떠올리게 했다.
위의 내용을 소설 '모모'의 줄거리에 적용하여 읽어보면
아래와 같이 색다른 내용의 이야기가 된다.
어느 날 갑자기 한 아이의 머릿속에 모모라는 소녀가 태어났다,
때 묻지 않은 소녀 모모는 순수하고
상냥한 마음씨로 머릿속의 다른 감정들,
다른 세포들의 고민을 성심성의껏 귀기울여준다.
다른 감정들과 세포들은 모모 덕분에
많은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었고
모모의 주인인 어린아이는
순수하고 올바른 아이로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학교를 다니게 되고 사춘기가 찾아오면서
회색양복을 입은 선생님과 어른들의 획일화된 교육에
모든 감정들과 세포들은
개성을 잃고 어린아이의 순수함마저도 사라져간다.
마지막 남은 모모에게도 회색신사들의 마수가 뻗치지만
모모는 꾐에 넘어가지 않고 순수함을 지켜낸다.
회색신사들의 정체를 알아낸 모모는 사람들을 위해 두렵지만
회색신사들에게 맞서 감정들에게 개성과 순수함을 되돌려주려 노력한다.
힘이 없어 당하기만 하던 모모에게
동심이 찾아와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모모는 도움을 받아 친한 친구인
배포와 기기(생각과 창의력, 용기)를
회색신사들의 꾐에서 제일 먼저 구해내
둘의 도움을 받아 맞서 싸워
끝내 순수함과 개성을 감정들에게 찾아주게 된다.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동화같은 이야기는
한 아이가 성장하면서 획일화된 교육으로 인해
동심을 잃고 잘못된 어른으로 성장하던 중
다시 동심과 창의성을 되찾고
획일화된 인간이 아닌
하나의 개성이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이야기로 새로이 재탄생했다.
창작은 작가가 하지만
창작물을 읽고 받아들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자신의 힘을 망각하고
그저 단일화된 작품 하나로
작가의 생각을 곧이곧대로 수용하곤 한다.
나 또한 뛰어난 작품과 작가에게 기죽어
작가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문학 간의 소동, 소설 '모모'에 대한 인사이드 아웃을 통해
능동적으로 창작물을 해석하고
소동을 일으킬 힘이
모든 독자들과 모든 문학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나의 획일화된 내용으로 창작물을 받아들이기에는
문학작품의 가치가 너무 아깝다.
모두들 훌륭한 작가들과 훌륭한 작품에 너무 겁먹지 말고
문학을 감상하는데 있어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문학작품들의 소통과 문학텍스트들 간에 소동을 일으켜
하이퍼 텍스트로 한 단계 발전한 감상을 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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