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존 스미스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분을 어떻게 대단히 존경할 수가 있는지요? 아저씨는 어째서 조금이라도 개성 있는 이름을 고르지 않으셨는지요? 꼭 제가 ‘친애하는 말뚝 씨’나 ‘친애하는 옷걸이 씨’ 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저는 올여름 동안 아저씨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제껏 혼자 외롭게 살아온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니 마치 잃어버렸던 가족을 찾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젠 저도 어느 가족의 구성원이 된 것만 같아 마음이 아주 편안해집니다. 하지만 아저씨를 떠올릴 때는 저의 상상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아저씨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건 세 가지 뿐입니다.
1. 아저씨는 키가 큰 분입니다.
2. 아저씨는 부유한 분입니다.
3. 아저씨는 여자애들을 싫어하는 분입니다.
어쩌면 아저씨를 ‘여자애를 싫어하는 분’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 자신을 모욕하는 것이 됩니다. 아니면 ‘부자 아저씨’라고 불러도 되겠지만 그건 아저씨를 모욕하는 일이 됩니다. 마치 아저씨에 관한 중요한 점이 오로지 돈 뿐인 것처럼 들릴 테니까요. 게다가 부유하다는 것은 본질적인 특성이 아닙니다. 아저씨가 평생 부자로 살진 못 할 수도 있고요. 아주 똑똑한 남자들이 월 스트리트에서 파산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아저씨는 앞으로도 계속 키가 클 거란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저씨를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기로 맘먹었습니다. 아저씨가 싫어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이건 아저씨와 저만 아는 애칭이니까 리펫 원장님께는 비밀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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