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향해 던져라, 달에라도 떨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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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보따리 - 책/그림동화

브레멘 음악대 / 그림형제

돈달원 2021. 1. 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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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남자가 당나귀 한 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당나귀는 오랜 세월 동안 곡식 자루들을 방앗간으로 부지런히 날라 주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당나귀의 힘이 달리게 되어 곡식을 나르면서 허덕이는 일이 점차 잦아졌습니다. 주인은 먹이도 아낄 겸 해서 그 당나귀를 처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당나귀는 자기에게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 금방 눈치 채고는 주인집에서 도망쳐 브레멘을 향해 떠났습니다. 그는 자신이 브레멘의 전속음악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나귀는 얼마쯤 걸어가다가 길가에 쭈그리고 있는 사냥개 한 마리를 만났는데, 그 개는 맹렬하게 달리고 난 뒤처럼 심하게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당나귀가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헐떡이고 있는거니, 늙은 사냥개야?”

 

  “매일 자꾸 늙어 가고 기운도 없어져서 그래. 이제 나는 사냥도 할 수 없는 처지야. 내 주인이 날 죽이고 싶어해서 잽싸게 도망쳐 버리긴 했는데 이제는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아득하기만 해.” 

 

  그러자 당나귀가 말했습니다.


  “내가 방법을 이야기해 주지. 난 지금 브레멘의 전속음악가가 되기 위해 브레멘으로 가는 길이야. 너도 나랑 같이 가서 전속악단을 조직하자. 난 류트를 불 테니 너는 드럼을 쳐.”


  개가 좋다고 했으므로 그들은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그들은 길가에 앉아 있는 고양이를 만났는데, 그 고양이는 맥이 빠진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나귀가 고양이에게 물었습니다.

 

  “안 좋은 일이라도 있니, 늙은 고양이야?”

 

  “내 목이 달랑달랑한 판인데 즐거울 게 뭐 있겠니? 내 여주인은 내가 점점 늙어 가자 날 물에 빠뜨려 죽이고 싶어해. 게다가 난 이빨이 무뎌져서 쥐를 잡으러 쫓아다니기보다는 차라리 난로 옆에 앉아 물레질이나 하는게 더 나을 지경이야. 아무튼 난 집에서 도망쳐 나오긴 했는데 이제 어디로 가서 뭘 해야 할지 아득하기만 해.”

 

  그러자 당나귀가 말했습니다.

 

  “우리랑 같이 브레멘으로 가지 않을래? 넌 밤의 세레나데들을 많이 알고 있으니 브레멘의 전속음악가가 될 수 있어.” 

 

  고양이는 그 말을 그럴 듯하게 여기고 그들을 따라갔습니다. 이윽고 그 세 도망자들이 어느 농가 곁을 지나는데 수탉 한 마리가 대문 위에 올라앉아 죽을 힘을 다해 울고 있었습니다. 당나귀가 말했습니다.

 

  “네 울음소리 한 번 소름끼치는구나. 왜 그렇게 악을 쓰는거지?”

 

  수탉이 말했습니다.
       
  “오늘 날이 좋을 거라고 알려 준 거야. 오늘은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의 속옷을 빨아 말리는 날이거든. 그런데 우리 여주인은 자비심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여자야. 내일은 일요일이라 집에 손님들이 오게 되어 있는데 여주인은 요리사에게 오늘 밤 내 목을 치라고 했어. 내일 내 고기로 수프를 만들어 손님들한테 대접하려고. 그러니 내가 왜 목이 터져라 하고 악을 쓰는지 알 만하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 그동안 실컷 악이나 써야지.”


  그러자 당나귀가 말했습니다. 

 

  “이런 멍청이 같으니! 우리랑 함께 가자. 우리는 브레멘으로 가는 중인데 거기에 가만히 앉아 있다 죽기보다는 우리랑 같이 가는 게 더 나을거야. 너는 좋은 목청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와 함께 연주를 하면 근사한 음악이 나올거야.” 

 

  수탉은 그 말을 그럴 듯하게 여기고 그들과 함께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브레멘은 꽤 먼 곳이라 그들은 해지기 전까지 브레멘에 당도할 수가 없었습니다. 밤이 찾아올 무렵 어느 숲 속에 다다른 그들은 그 숲 속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했습니다. 당나귀와 개는 큰 나무 밑에 엎드렸고 고양이와 수탉은 나뭇가지 위에 자리잡기 위해 그 나무 위로 뛰어올라갔는데, 수탉은 안전을 고려하여 가장 높은 가지 위로 올라갔습니다. 수탉은 잠들기 전에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멀리서 밝은 빛 하나가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빛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근처에 집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그는 친구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당나귀가 말했습니다.

 

  “이 곳은 그리 편한 곳이 못 되니 우리 그리로 가 보자.” 

 

  개 역시 뼈다귀와 고기를 먹을 기회가 올지도 모르니 그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그 빛을 향해 갔습니다. 그들이 앞으로 걸어갈수록 그 빛은 점점 더 밝아지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그들은 불을 환하게 켠 도둑들의 소굴 앞에 이르렀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키가 큰 당나귀가 창가로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수탉이 물었습니다.

 

  “뭐가 보이니?”

 

  당나귀가 대답했습니다.

 

  “뭐가 보이냐구? 근사한 음식과 마실 것들이 잔뜩 차려져 있는 식탁이 보인다. 도둑들 몇 명이 둘러앉아 신나게 먹고 마시고 있는 중이야.”

 

  수탉이 말했습니다.

 

  “그거야말로 우리 몫이야!”

 

  당나귀가 대꾸했습니다.

 

  “네 말이 맞아! 우리가 저 안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말이야!” 

 

  네 마리의 동물들은 도둑들을 그 집에서 몰아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한참 의논한 끝에 마침내 좋은 방법을 하나 생각해 냈습니다. 당나귀가 몸을 곧추세워 창턱에 두 앞발을 대고 있으면 개가 당나귀의 등 위에 올라타고, 고양이가 다시 개 위에 올라타고, 그러고 나서 수탉이 몸을 날려 고양이의 머리 위에 걸터앉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즉각 그 계획을 행동으로 옮겼으며 신호에 맞춰 일제히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당나귀는 히이잉 하고 외쳐 댔고, 개는 멍멍 짖어 댔고, 고양이는 야옹야옹 울어 댔고, 수탉은 꼬끼요오 하고 악을 써 댄 것입니다. 그러다가 그들은 창문을 깨부수고 안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이미 무시무시한 소리에 놀란 도둑들은 유령이 집 안에 들어왔다고 믿고 숲 속으로 도망쳐 버렸습니다.
  그러자 네 친구들은 아주 흥겨운 기분으로 식탁을 둘러싸고 앉아 도둑들이 먹다 남긴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마치 내일은 없다는 듯이 배가 터지게 먹었습니다.
  이윽고 식사를 끝마친 네 음악가들은 집안의 불을 끄고 각자의 습관과 성질에 따라 잠자리를 하나씩 골랐습니다. 당나귀는 마당의 거름더미 위에, 개는 문 뒤에, 고양이는 난로 옆의 따뜻한 재 위에, 수탉은 지붕의 들보 위에 각각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들은 긴 여행 끝이라 피곤한 상태였으므로 이내 곯아떨어졌습니다. 

  자정이 지날 무렵 그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웅크리고 있던 도둑들은 집 안이 캄캄하고 거기서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두목이 말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넋을 잃고 무서워 벌벌 떨고만 있다는 건 말이 안 돼.”

 

  그는 부하 하나에게 그 집에 가서 살펴보고 오라고 명령했습니다. 그 부하는 집 안이 조용하다는 것을 알고 부엌으로 가서 촛불을 켜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고양이의 이글거리는 두 눈을 보고 그것을 불붙은 석탄인 줄 잘못 알고서 불을 붙이기 위해 성냥개비를 거기에 갖다 댔습니다. 그런데 고양이는 그걸 장난으로 여기고 그냥 넘길 마음은 전혀 없었으므로 그 도둑한테 냅다 달려들어 침을 뱉고 할퀴었습니다.

  도둑은 기겁을 할 듯이 놀라 뒷문으로 달아났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엎드려 있던 개가 그의 다리를 물었습니다. 도둑은 다시 마당을 가로질러 달려갔는데 그가 거름더미 옆을 지나칠 때 당나귀가 뒷발로 그를 호되게 걷어찼습니다. 이런 소란통에 잠에서 깨어난 수탉은 기운을 차리고는

 

  “꼬끼요오오오!”

 

  하고 악을 썼습니다.

  도둑은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쳐 가서 두목에게 말했습니다. 

 

  “그 집에는 무시무시한 마녀가 살고 있어요! 그 마녀는 제게 침을 뱉고 긴 손톱으로 제 얼굴을 할퀴었어요. 그리고 문 앞에 칼을 든 사내가 서 있다가 제 다리를 찔렀습니다. 제가 다시 마당으로 도망쳐 나오니까 시커먼 괴물이 몽둥이로 저를 후려쳤어요. 그리고 지붕 꼭대기에 재판관이 앉아 있다가 ‘저 악당놈을 이리로 데리고 와!’라고 소리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쳐 나왔습니다요!”


  그 때부터 도둑들은 다시는 그 집에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브레멘의 음악가들은 그 집이 매우 마음에 들었으므로 그들은 계속 그 집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이 이야기를 한 그 사람은 아직도 이 이야기를 하고 다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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