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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애李施愛가 난을 일으킬 때 전림이 두려웠으므로 자객으로 하여금 그를 살해하도록 시켰는데 자객인 중은 전림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그때 전림은 군관으로서 대장 한명회를 따르고 있었다. 중이 비수를 가지고 진 안으로 들어가자 대장 한명회가 하졸을 시켜 그를 묶도록 한 뒤 온갖 형벌을 다 가하며 심문하였으나 중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대장이 말했다.
“전림, 자네가 가서 심문해라.”
중은 대장의 말을 듣고 그때야 비로소 그가 전림임을 알아채고는 한번 움츠렸다가 벌떡 일어나 묶었던 끈을 조각조각 끊어 버리고 군졸의 칼을 빼앗아 전림을 쳤으나 적중하지 않았다. 이에 전림이 주먹을 내리쳐 중의 머리를 부수니 그가 탄식하고 죽으면서 말했다.
"내가 전림과 필적할 수 없구나."
일찍이 전림의 등에 종기가 났는데 크기가 말[斗]만 했다. 맨몸을 바위에 대고 문지르니 피가 흘러 땅에 떨어졌으나 전림의 얼굴빛은 태연자약했고 그로부터 종기는 나았다. 학질을 앓게 되자 전림은 말했다.
"장수가 어찌 일개 학질 때문에 힘겨워하겠는가."
그는 칼을 쥔 채 다리를 쭉 펴고 의자 위에 앉았는데 조금 지나자 온몸이 추위로 떨려 거의 지탱할 수 없었다. 이에 칼을 내던지고 의자에서 내려와 베개에 엎드렸다.
속간에서는 말하였다. 전림의 용맹스러움도 학질을 만나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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