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논개는 진주의 관기였다. 만력 계사년(1593)에 김천일金千鎰이 거느린 의병들이 진주에 들어와 주둔하면서 왜에게 항거했으나 성이 함몰되고 군사가 패하여 인민들이 모두 죽었다. 그때 논개는 짙게 화장하고 옷을 화려하게 차려입고서 촉석루 아래 깎아지른 듯한 바위 머리에 서 있었는데 그 아래는 만길 낭떠러지로 파도 속으로 직행하는 곳이었다. 왜놈들은 논개를 보고 반했지만 아무도 감히 그녀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 왜장만이 용감하게 곧바로 나오니 논개가 웃으면서 그를 맞이해 유인하여, 마침내는 왜장의 허리를 껴안고 곧장 물에 몸을 던져 함께 죽었다.
임진란 때 관기들 중에는 왜놈을 만났으나 욕을 당하지 않고 죽은 자들이 이루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비단 논개 한 사람만 언급할 것이 아니지만 대부분 그 이름을 잊어버렸다. 관기들은 모두 음탕한 창기이니 정렬貞烈로 칭찬하는 것은 옳지 않으나 죽음을 마치 돌아가는 것인 듯 여기면서 적에게 더럽혀지지 않았으니 그들 또한 임금의 교화를 받은 일물一物로서 나라를 저버리고 적 따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니, 이는 다름 아닌 충忠인 것이다.
반응형
'이야기보따리 - 책 > 어우야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우야담 / (145) 19년의 기한 (0) | 2021.01.07 |
---|---|
어우야담 / 144) 5월 5일생 (0) | 2021.01.07 |
어우야담 / (132) 사후까지 준비한 유자광 (0) | 2021.01.05 |
어우야담 / (128) 학질에 무릎 꿇은 전림 (0) | 2021.01.05 |
어우야담 / (109) 살해를 숭상한 일본 습속 (0) | 2021.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