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대간 홍천민은 5월 5일생이다. 어렸을 적 부친인 부학副學 홍춘경洪春卿에게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배우다가 「맹상군전孟嘗君傳」 가운데,
“5월 5일생인 자는 자라서 키가 문지방과 같아지면 그 부모에게 좋지 못한 일이 있다.”
라는 대목에 이르자, 홍천민은 크게 놀라 머리털을 곧추세우고 몸을 떨었다. 그러다가
“사람이 태어남에 명을 하늘에서 받는가, 문에게 받는가. 그 문을 높인다면 누군들 문 높이와 같아질 수 있겠는가.”
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마음을 조금 놓았으나 한시도 마음속에서 이 일을 떨쳐 버린 적은 없었다.
5세가 되었을 때 같은 마을에 사는 아이들과 동쪽 성곽 밖에서 꽃을 꺾다가 도성암道城菴에 이르니 많은 중들이 역병에 걸려 얼굴은 때가 끼고 코에서는 피가 흘러나온 채 누워 있었다. 이를 본 홍천민은 놀라서 물러나왔는데 집에 돌아온 때부터 머리가 아프더니 열병을 심하게 앓아 거의 죽으려다 살아났으나, 모친은 그 역병에 전염되어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대간은 평생 동안 자신을 탓하며 종천지통으로 여겼다고 한다.
아아! 인명은 재천이라. 허탄한 설이 비록 믿을 수 없는 것이나 옛사람들이 세속의 금기에 얽매였으니 그 또한 이상한 일이다. 옛날 호광胡廣에 황씨가 있었는데 그 부모 된 자가 자식이 5월 5일생인 것을 싫어하여 조롱박 가운데 버리니 다른 사람이 그를 데려다 길렀다. 그로 인해 성이 호씨胡氏가 되었고 부친이 죽었을 때에도 상복을 입지 않았다.
반응형
'이야기보따리 - 책 > 어우야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우야담 / (154) 요귀를 물리친 나옹 (0) | 2021.01.14 |
---|---|
어우야담 / (145) 19년의 기한 (0) | 2021.01.07 |
어우야담 / (138) 논개와 관기의 충 (0) | 2021.01.06 |
어우야담 / (132) 사후까지 준비한 유자광 (0) | 2021.01.05 |
어우야담 / (128) 학질에 무릎 꿇은 전림 (0) | 2021.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