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향해 던져라, 달에라도 떨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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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보따리 - 책/그림동화

사랑하는 롤란트 / 그림형제

돈달원 2021. 1. 2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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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어떤 곳에 못된 마녀가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딸이 둘 있었습니다. 딸 하나는 못생기고 마음씨도 나빴으나 자기 친딸이었으므로 마녀는 이 딸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딸은 아름답고 마음씨도 고왔지만 마녀는 그 딸을 미워했습니다. 자기가 낳은 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마음씨 고운 딸이 예쁜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못된 딸은 이것이 너무 탐나서 엄마에게 앞치마를 갖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염려 말아라. 곧 갖도록 해줄 테니까. 저 아이는 벌써 오래 전에 죽어야 마땅했어. 오늘 밤 저 아이가 잠들었을 때 내가 이 방으로 와서 저 아이의 머리를 자르겠다. 그러니 꼭 네가 침대 안쪽에 눕고 저 아이를 앞으로 밀어내야 한다.”

 

  불쌍한 처녀는 그렇게 억울하게 죽을 뻔했지만 다행히 한 구석에 서서 이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습니다. 그 날은 하루 종일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습니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자 마녀의 딸이 먼저 침대로 기어올라가 안쪽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처녀는 잠에 곯아떨어진 마녀의 딸을 슬며시 바깥쪽으로 밀어내고 자기는 벽에 바짝 붙어 누웠습니다. 한밤중이 되자 마녀가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오른손에 도끼를 들고 나타난 마녀는 침대 바깥쪽에 사람이 누워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왼손으로 이불 위를 더듬거렸습니다. 그런 다음 두 손으로 도끼를 단단히 움켜 쥐더니 자기 딸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습니다. 

  마녀가 방을 나가자 처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사랑하는 남자 롤란트에게 가서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롤란트가 밖으로 나오자 처녀가 말했습니다.

 

  “롤란트, 우리 어서 도망가요. 새엄마가 나를 죽이려다가 자기 친딸을 죽이고 말았어요. 해가 뜬 다음 자기가 저지른 일을 알고 나면 우릴 다시 해치려 들거예요.”

 

  “가긴 가는데 그 여자의 마술지팡이도 함께 가져갑시다. 그럼 우리를 쫓아오지 못할거야.”

 

  처녀는 마술지팡이와 죽은 동생의 머리를 가져왔습니다. 그 바람에 피가 침대 앞에 한 방울, 부엌에 한 방울, 계단에 한 방울, 모두 세 방울 떨어졌습니다. 그런 다음 두 사람은 허둥지둥 달아났습니다.
다음 날 자리에서 일어난 마녀는 앞치마를 주려고 딸을 불렀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얘야, 어디 있니?”

 

  마녀가 소리쳤습니다.

 

  “여기예요! 계단에서 청소하는 중이에요!”

 

  핏방울 하나가 대답했습니다.

  마녀가 밖으로 나가 보았지만 계단 위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소리를 쳤습니다.

 

  “얘야, 어디 있니?” 

 

  “여기예요! 부엌에서 몸을 녹이는 중이에요!”

 

  두 번째 핏방울이 대답했습니다.

  마녀는 부엌으로 들어가 보았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불렀습니다.

 

  “얘야, 어디 있니!”

 

  “여기예요! 침대에서 자는 중이에요!”

 

  세 번째 핏방울이 대답했습니다.

 

  마녀는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로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자기 딸이 피범벅이 된 채 누워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자기 손으로 자기 딸의 머리를 잘라낸 것이었습니다.
  마녀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창문으로 달려갔습니다. 마녀는 아주 멀리까지 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녀의 눈에는 남자와 달아나고 있는 의붓딸이 보였습니다. 

 

  “그래 보았자 소용없지! 아무리 기를 쓰고 달아나도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지는 못해!”

 

  마녀는 어마어마하게 큰 신발을 신었습니다. 한 걸음 뗄 때마다 한 시간 거리를 갈 수 있었습니다. 마녀는 얼마 안 가서 두 사람을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마녀가 따라온 것을 본 처녀는 마술지팡이를 써서 롤란트를 호수로 바꾸고, 자기는 호수 한가운데서 헤엄치는 오리로 변하게 했습니다. 마녀는 물가에 서서 빵 부스러기를 던지면서 오리를 꾀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렇지만 오리는 좀처럼 걸려들지 않았습니다. 밤이 되자 마녀는 할 수 없이 빈 손으로 집에 돌아가야 했습니다. 

  한편 서로 사랑하는 두 여인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다음 동이 틀 때까지 밤새도록 걸었습니다. 날이 밝자 처녀는 들장미 울타리 한복판에 핀 아름다운 꽃으로 변하고 남자는 바이올린 켜는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얼마 있으니까 마녀가 성큼성큼 다가와서 남자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저 예쁜 꽃을 따 가도 되겠수?”

 

  “되고 말고요. 꽃을 따시는 동안 제가 노래 한 곡을 들려 드리지요.”

 

  남자가 말했습니다.
  마녀는 꽃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재빨리 울타리로 걸어갔습니다. 그러나 롤란트가 연주를 시작하자 마녀는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춤을 추는 것이었습니다. 마법의 곡조였기 때문입니다. 곡조가 빨라질수록 쿵쿵 뛰면서 더욱 요란하게 춤을 추게 되었습니다. 장미가시에 옷이 갈가리 찢겨나가고 가시에 긁힌 상처에서는 피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런데도 연주자는 곡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마녀는 기진맥진하여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일단 숨을 돌리게 되자 롤란트가 말했습니다.

 

  “이제 우리 아버지 앞에 가서 식을 올리도록 합시다.”

 

  “그동안 저는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어요. 혹시 누가 나를 알아보면 안 되니까 붉은 돌로 변해 있겠어요.”

 

  처녀가 말했습니다.

  롤란트는 떠나고 처녀는 붉은 돌로 변하여 연인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간 롤란트는 다른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 처녀를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불쌍한 처녀는 눈이 빠지도록 기다려도 남자가 돌아오지 않자 슬퍼서 꽃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와서 자신을 꺾어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다 다를까. 어느 날 양치기가 양을 몰고 왔다가 들에 핀 예쁜 꽃을 보았습니다. 양치기는 꽃을 꺾어서 집으로 가져와서는 상자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 때부터 양치기의 오두막에서는 신기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집안이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방안은 깨끗이 청소되어 있고 식탁과 의자에는 먼지 한 톨 없었습니다. 화로에는 불이 피워져 있고 누군가 벌써 물도 길어다 놓았습니다. 점심 때 집으로 돌아와 보면 식탁에 맛있는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습니다. 

  양치기는 도대체 영문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 곳에서는 고양이 새끼 한 마리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너무 작은 오두막이라 누가 숨어 있을 리도 없었습니다. 이 극진한 대접을 받아서 기분은 좋았지만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도움을 받기 위해 지혜로운 여인에게 갔습니다.

 

  “마술의 힘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집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있는지 지켜 보세요. 무언가 움직이는 게 보이면 재빨리 흰 옷을 그리 던져요. 그러면 마술이 풀릴겁니다.”

 

  양치기는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다음 날 새벽 양치기는 동이 트자마자 상자가 열리면서 꽃이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양치기는 재빨리 달려가서 흰 옷을 그 위에 던졌습니다. 그러자 꽃이 아름다운 처녀로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처녀는 꽃은 자기였고 양치기를 위해 집안 일을 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겪은 모험도 들려주었습니다. 

  양치기는 처녀에게 결혼하자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처녀는 거절했습니다. 비록 자기를 버리기는 했지만 사랑하는 롤란트를 잊을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집안 일은 계속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드디어 롤란트가 장가 가는 날이 왔습니다. 그 나라의 오래된 관습에 따라서 나라 안의 모든 처녀들은 결혼식에 참석하여 신랑 신부에게 축하의 노래를 들려주어야 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처녀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결혼식에 가지 않으려 했으나 다른 처녀들이 와서 그녀를 억지로 데려갔습니다. 처녀는 노래할 차례가 될 때마다 뒤로 물러섰습니다. 

  마침내 다른 사람들은 노래를 다 불러 그녀가 노래를 불러야 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처녀가 노래를 시작하자 노랫소리를 들은 롤란트는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저 목소리! 나의 진짜 신부는 저 여자야. 다른 사람은 안 돼.”


  그 때까지 까맣게 있고 있던 모든 감정들이 남자의 마음을 다시 가득 채웠습니다. 마침내 처녀는 사랑하는 롤란트와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슬픔은 끝나고 기쁨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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