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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보따리 - 책/그림동화

당나귀 상추 / 그림형제

돈달원 2021. 2. 1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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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 한 젊은 사냥꾼이 사냥감을 찾기 위해서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는 즐겁고 유쾌한 기분이어서 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나뭇잎으로 풀피리를 불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우연히 추하고 늙수그레한 노파를 만났는데, 그 노파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안녕하시오, 사냥꾼 양반! 당신은 무척 즐겁고 만족스러워 보이는군요. 하지만 난 몹시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다오. 나에게 적선을 좀 해주시겠소?”

 

  사냥꾼은 노파가 가엾게 여겨져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전부를 주머니에서 꺼내 주었습니다. 그리고 가던 길로 막 떠나려 할 때 노파가 다시 말했습니다.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요, 사냥꾼 양반! 당신이 나에게 너무 친절하게 대해 주어서 당신에게 선물을 하나 주려고 하오. 이 길을 곧장 걸어가다가 보면 얼마 후에 나무 하나가 보일거요. 그 나무에는 아홉 마리의 새가 앉아 있을거요. 그 새들은 자기들 발톱 밑에 망토를 하나 놓고 서로 싸우고 있을거요. 그 때 당신이 그 새들의 한가운데를 겨누고 총을 쏴요. 새들은 분명히 그 망토를 떨어뜨릴 것이고 새들 중 한 마리도 총에 맞아 당신의 발 밑에 떨어질거요. 그러면 그 망토를 가져요. 그것은 소원을 들어주는 망토여서, 당신이 그 망토를 어깨에 두르고 가고 싶은 곳을 빌기만 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당신이 바라는 곳에 가 있게 될거요. 그리고 죽은 새의 심장을 꺼내 그것을 한번에 삼켜요. 그러면 매일 아침 당신이 잠에서 깨어 일어났을 때 당신의 베개 밑에서 금화 한 닢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 말이오.” 

 

  사냥꾼은 노파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노파가 나에게 약속한 것들은 대단해. 만약 그런 일들이 내게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 ’

 

  하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그가 백 발자국 쯤 걸어갔을 때 머리 위의 나뭇가지에서 굉장히 시끄럽게 짹짹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냥꾼이 올려다보니 한 무리의 새 떼가 부리와 발톱으로 망토 하나를 서로 세게 잡아당기고 있었습니다. 새들은 마치 각자 그 옷을 혼자서만 차지하려는 듯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고 법석을 떨며 싸웠습니다.

 

  “음, 이상한 일이군. 그 노파가 말한 대로 일이 돌아가고 있어.” 

 

  사냥꾼은 어깨에서 총을 내려 그 새들 한가운데를 겨눠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새들이 큰 소리로 울면서 날아 올라갔지만 한 마리는 죽어서 망토와 함께 땅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사냥꾼은 노파가 말해 준 대로 죽은 새의 배를 갈라 심장을 찾아내서 한 입에 삼켰습니다. 그리고 망토를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사냥꾼은 잠에서 깨어나자 노파가 했던 말을 기억해 내고는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났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가 베개를 들어올리자 정말로 금화 한 닢이 그의 눈 앞에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에도, 또 그 다음 날에도 그가 일어날 때마다 계속해서 금화가 발견되었습니다. 마침내 금이 산더미처럼 쌓이자 사냥꾼은 생각했습니다. 

 

  ‘내가 집에만 있는다면 이 모든 금이 무슨 소용 있겠어? 지금이야말로 집을 떠나 세상을 구경할 때다.’

 

  사냥꾼은 부모님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나서 배낭과 총을 어깨에 둘러메고 넓은 세상을 향해 떠났습니다. 어느 날 사냥꾼은 밀림 속을 지나게 되었는데, 밀림의 끝에 다다르고 보니 들판에 웅장한 성이 한 채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성의 한 창가에서 늙은 여자 하나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가 서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늙은 여자는 마녀였습니다. 마녀가 소녀에게 말했습니다. 

 

  “몸에 대단한 보물을 지닌 사람이 숲에서 오고 있어. 사랑하는 내 딸아, 그 보물은 우리에게 훨씬 더 잘 어울리니 우리는 저 사람에게서 그 보물을 빼앗아야 해. 들어 봐, 그는 몸 속에 새의 심장을 가지고 있어서 매일 아침 그의 베개 밑에는 금화가 생긴단다.”

 

  그녀는 소녀에게 그 사냥꾼에 대한 모든 이야기와 소녀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녀는 무서운 눈빛으로 소녀에게 겁을 주었습니다.

 

  “만약 네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넌 후회하게 될거야!”

 

  사냥꾼은 성에 가까이 다가와서 소녀를 훔쳐보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이제는 좀 쉬고 싶어. 이 아름다운 성에서 묵어야겠어. 계산을 할 돈은 충분하니까.”

 

  그러나 사냥꾼이 그 성에서 묵겠다고 생각한 것은 사실 아름다운 소녀 때문이었습니다.
  사냥꾼이 성 안으로 들어가자 그들은 그를 친절히 맞이하여 정중하게 대접해 주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냥꾼은 마녀의 딸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녀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고 오직 그녀만을 바라보았으며,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들어주었습니다. 그럴즈음 늙은 마녀가 소녀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의 심장을 빼앗아야 한다. 그는 그것을 잃어버려도 알아차리지 못할거야.”

 

  그녀는 마법의 약을 만들어서 그 약을 컵에 부어 소녀에게 주었습니다. 소녀는 그 약을 사냥꾼에게 건네 주어야 했습니다.

 

  “자, 나의 사랑! 나의 건강을 위하여 건배!”

 

  그녀가 말했습니다. 사냥꾼이 컵을 입으로 가져가 한 모금 마시자 그는 새의 심장을 토했습니다. 소녀는 몰래 그것을 주워서 삼켜 버렸습니다. 늙은 마녀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기 때문입니다. 그 때부터 사냥꾼은 베개 밑에서 더 이상 금화를 발견할 수가 없었고 대신에 소녀의 베개 밑에서 금화가 나왔습니다. 늙은 마녀가 매일 아침 소녀의 베개 밑에서 그것을 가져갔습니다. 그렇지만 사냥꾼은 소녀를 너무나 사랑했고 정신 없이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머릿속에는 소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 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었습니다.
  늙은 마녀가 말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의 심장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소원을 들어주는 망토도 빼앗아야만 해.” 

 

  “왜 사냥꾼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는거죠? 이제 그는 재산을 모두 잃어버렸잖아요?”

 

  소녀가 대꾸하자 늙은 마녀는 화가 나서 말했습니다.

 

  “그 망토는 대단한 물건이야. 너는 이 세상에서 그와 같은 물건을 구경도 못할거야. 나는 그 망토를 가져야만 해. 그리고 나는 그 망토를 가지게 될 거야.”

 

  마녀는 소녀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리고 만약 그 지시들을 따르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또 을러댔습니다. 소녀는 창가에 서서 무척 슬픈 표정을 지으며 넓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왜 그토록 슬픈 얼굴로 거기 서 있는거요?”

 

  사냥꾼이 다가와 물었습니다. 

 

  “아, 나의 사랑! 저 너머에 진홍산이 있는데, 그 곳에는 값비싼 보석들이 자라고 있어요. 저는 그 보석들을 생각할 때마다 너무나 갖고 싶어서 슬퍼져요. 하지만 누가 그것들을 가져다 줄 수가 있겠어요? 날개가 달린 새들만이 그 곳에 날아갈 수 있는데 말이에요. 사람은 절대로 할 수가 없대요!”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이 그것이라면, 내가 금방 당신의 슬픔을 덜어 주겠소.” 

 

  사냥꾼은 이렇게 말한 후에 그의 망토를 두 사람 위에 걸치더니 진홍산 꼭대기에 가고 싶다고 빌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 두 사람은 그 산의 정상에 앉아 있게 되었습니다. 사방에서 우아한 보석들이 빛나고 있었으며 그것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그들은 함께 제일 값비싼 보석들을 골랐습니다. 그런데 늙은 마녀가 마법을 걸어서 사냥꾼의 눈꺼풀을 무겁게 해 놓았으므로 사냥꾼의 눈꺼풀이 자꾸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사냥꾼이 소녀에게 말했습니다.

 

  “앉아서 잠시 쉽시다. 너무 피곤해서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구려.”

 

  사냥꾼은 소녀의 무릎에 베고 잠이 들었습니다. 사냥꾼이 깊이 잠이 들자 소녀는 그의 어깨에서 망토를 빼앗아 자기 몸에 둘렀습니다. 소녀는 석류석과 갖가지 보석들을 함께 모아 다시 집으로 가고 싶다고 빌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사냥꾼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를 속이고 이 험한 산 속에 그를 홀로 남겨 두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 이 세상은 온통 배신으로 가득 찼구나!”

 

  사냥꾼은 그 곳에 앉아 슬픔과 고통을 이겨 내려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산은 사납고 무서운 거인들의 것이었습니다. 그 거인들은 그 곳에 살면서 항상 나쁜 짓만 했습니다. 그가 그 곳에 앉아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거인 세 명이 그를 향해 어슬렁거리며 다가왔습니다. 사냥꾼은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숨을 죽이고 엎드려 있었습니다. 그 중 첫 번째 거인이 그를 발로 쿡쿡 찌르면서 말했습니다. 

 

  “여기 엎드려 있는 이 땅벌레는 누구야?”

 

  “짓밟아 없애 버리자!”

 

  두 번째 거인이 말했습니다. 그러나 세 번째 거인이 하찮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그런 수고를 할 가치조차 없는 놈 같군. 내버려 둬. 어차피 이 곳에서 살아 남을 수 없어. 그가 만약 산꼭대기까지 더 높이 올라간다면 구름이 그를 낚아채서 데리고 가 버릴 테니까.”

 

  그들은 걸어가면서도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고, 사냥꾼은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들었습니다. 거인들이 보이지 않게 되자 사냥꾼은 일어나서 산꼭대기로 올라갔습니다. 그가 거기에 잠시 앉아 있으니까 구름 하나가 흘러와서 그를 잡아채서 데리고 갔습니다. 구름은 한동안 하늘을 떠다녔습니다. 그러고 나서 가라앉기 시작하더니 우물을 둘러싼 넓다란 채소밭에 내려앉았습니다. 사냥꾼은 양배추와 채소들 사이에 내려서서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먹을 것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배가 고파 움직일 수조차 없을 것 같아. 여긴 온통 채소뿐이야. 사과나 배 같은 과일은 없어.”

 

  결국 사냥꾼은 상추라도 조금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맛이 좋지는 않겠지만 그것이라도 먹어야 기운이 날 듯했습니다.
  그래서 사냥꾼은 싱싱한 상추를 뽑아 몇 잎을 따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몇 입 삼키자마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냥꾼은 자기가 완전히 변해 버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갑자기 네 발, 굵은 목, 기다란 귀 두 개가 생긴 것입니다. 소름끼치게도 사냥꾼은 당나귀로 변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배가 고팠고, 달콤한 상추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아주 맛있게 상추를 계속 먹었습니다. 마침내 그는 다른 종류의 상추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몇 잎을 또 삼켰습니다. 그러자 새로운 느낌이 일어나더니 다시 사냥꾼의 모습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냥꾼은 피로를 풀기 위해 잠을 잤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난 사냥꾼은 그를 당나귀로 변하게 한 상추와 사람으로 되돌아오게 한 상추를 뽑아 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들은 틀림없이 내가 가지고 있던 것들을 다시 찾아오는 데 도움이 될거야. 게다가 그 믿을 수 없는 여자들을 혼낼 수도 있겠지.’ 

 

  사냥꾼은 상추를 배낭에 집어넣고 산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성을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며칠 동안 헤매고 난 후 그는 운좋게 그 성을 다시 찾아냈습니다. 사냥꾼은 늙은 마녀가 자기를 알아볼 수 없도록 얼굴에 갈색칠을 하고 성 안으로 들어가서 하룻밤 묵어 갈 것을 부탁했습니다.

 

  “저는 너무 피곤해서 더 이상 갈 수가 없습니다.”

 

  “이봐요, 촌뜨기 양반! 당신은 누구이며 뭘 하는 사람입니까?”

 

  마녀가 물었습니다.

 

  “저는 왕의 전령인데 세상에서 제일 맛좋은 상추를 찾아오라는 분부를 받았습니다. 마침 운이 좋아 그 상추를 찾아내서 몸에 지니고 있지만, 햇볕이 너무 뜨거워 부드러운 상추들이 시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는 상추를 더 이상 가져갈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늙은 마녀는 맛있는 상추 이야기를 듣더니 그 상추를 맛보고 싶어 안달이 났습니다.

 

  “촌뜨기 양반! 그 훌륭한 상추 맛 좀 보게 해줄 수 없겠수?”

 

  “물론 그렇게 하죠. 두 꼭지를 가져왔으니 그 중 하나를 드릴게요.” 

 

  대답을 하고 사냥꾼이 배낭을 열어 나쁜 상추 꼭지를 마녀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마녀는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고, 상추 요리를 생각하면서 입맛을 잔뜩 다셨습니다. 부엌으로 들어가 직접 상추 요리를 한 마녀는 그것을 식탁에 차릴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몇 잎을 집어 들어 입 안에 넣었습니다. 마녀가 그것들을 삼키자마자 사람 모습은 오간 데 없이 당나귀 한 마리가 안뜰을 이리저리 뛰어다녔습니다. 이번에는 하녀가 부엌으로 들어오더니 상추 요리를 보고 식탁을 차리려다가, 먼저 맛을 보기 위해 그녀도 상추 두어 잎을 집어 먹었습니다. 그러자 그녀도 역시 당나귀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녀는 밖에 있는 당나귀로 변한 늙은 마녀에게로 달려나갔고, 상추가 담겨 있던 그릇은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사냥꾼은 아름다운 소녀와 함께 앉아 있었는데, 아무도 그 상추 요리를 가져오지 않자 상추에 대한 그녀의 호기심이 점점 더 커져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상추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사냥꾼은 아마 상추가 이미 일을 벌였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소녀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부엌으로 가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사냥꾼이 부엌에 가서 보니 당나귀 두 마리가 안뜰을 뛰어다니고 있었고 상추는 땅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잘됐어. 저 두 사람은 마땅히 겪어야 할 일을 겪는거야.”

 

  그는 남아 있는 상추를 그릇에 담아 소녀에게 가져갔습니다.

 

  “제가 직접 맛있는 음식을 가져왔으니 당신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사냥꾼이 상추를 내밀었습니다.
  그래서 소녀는 상추를 조금 먹었고 즉시 소녀도 자기의 모습을 잃어버렸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그녀도 당나귀가 되어 안뜰로 달려나갔습니다. 사냥꾼은 당나귀로 변한 그 여자들이 자기를 알아볼 수 있도록 얼굴을 씻고는 안뜰로 내려가서 말했습니다.

 

  “이제 너희들은 배신의 대가를 치르게 될거야.” 

 

  그는 세 사람을 모두 동아줄로 묶어 끌고 방앗간으로 갔습니다. 사냥꾼이 창문을 두드렸습니다. 방앗간 주인이 머리를 내밀더니 왜 그러느냐고 물었습니다.

 

  “저에게는 못된 짐승이 세 마리 있는데, 더 이상 그 놈들을 키우고 싶지가 않습니다. 만약 당신이 그 놈들을 맡아서 기르며 제가 이야기하는 대로만 다루어 준다면, 저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전부 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야 거절할 이유가 없죠. 내가 그 놈들을 어떻게 다루기를 바라십니까?”

  사냥꾼은 늙은 마녀 당나귀에게는 하루에 세 번 매질과 한 끼만, 하녀 당나귀에게는 하루에 한 번 매질과 세 끼를, 그리고 나이 어린 소녀 당나귀는 때리지 말고 하루에 세 끼를 꼬박꼬박 주라고 방앗간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그는 소녀가 맞는 것은 원치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사냥꾼은 성으로 돌아가 필요한 것들을 모두 찾아냈습니다. 

  며칠 후에 방앗간 주인이 와서 하루에 세 번 매질을 하고 한 끼를 주기로 되어 있던 늙은 당나귀가 죽었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나머지 두 마리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하며 그는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그 놈들도 너무 슬퍼서 머지않아 죽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사냥꾼은 그들이 가엾어져서 자기의 노여움을 잊어버리고 방앗간 주인에게 그 놈들을 다시 성으로 끌고 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도착하자 그는 그들에게 다른 상추를 먹였습니다. 그들은 다시 사람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소녀는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했습니다.

 

  “아, 내 사랑! 저를 용서해 주세요.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억지로 시켰어요. 저는 온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했지만 모든 일이 제 생각과는 다르게 이루어졌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망토는 벽장 안에 걸려 있어요. 그리고 저는 새의 심장을 토해 내게 하는 약을 마실 거예요.” 

 

  하지만 사냥꾼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냥 가지고 있구려. 그건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왜냐하면 나는 당신을 나의 믿음직한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기 때문이오.”

 

  그 후 그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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