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날품팔이 재단사가 일감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일감을 전혀 구하지 못해 끼니조차 때우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바로 그 때 재단사는 한 유대인을 만났습니다. 재단사가 보기에 그 유대인은 돈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기 마음 속의 하느님을 잠시 외면하고 그 유대인에게 다가가서 위협했습니다.
“가지고 있는 돈 몽땅 내놔! 그러지 않으면 목숨이 온전치 못할게다.”
“살려 주세요! 난 가진 게 별로 없어요. 청동화 여덟 닢밖에 … ”
유대인이 벌벌 떨며 말했습니다.
“거짓말 마! 돈이 더 있잖아. 얼른 꺼내 놔!”
재단사가 다그쳤습니다.
그러고 나서 재단사는 주먹을 휘둘러 유대인이 거의 죽을 때까지 두들겨 팼습니다. 유대인은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중얼거렸습니다.
“빛나는 햇빛이 이 사실을 밝혀 줄 거예요.”
유대인은 곧 숨을 거두었고 재단사는 유대인의 주머니를 여기저기 뒤져 보았지만, 유대인이 그에게 말한 청동화 여덟 닢 말고는 더 이상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유대인을 숲 덤불 속으로 옮겨 놓고는 일감을 찾아서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습니다.
오랫동안 돌아다닌 끝에 재단사는 도시로 가서 수석 재단사 밑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수석 재단사에게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습니다. 재단사는 그녀와 사랑에 빠져 결혼식을 올렸고, 그들은 즐겁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그들은 두 아이를 낳았고, 그의 장인과 장모가 죽은 뒤에는 그 집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재단사가 창가에 있는 식탁에 앉아 있는데, 그의 아내가 커피를 가져왔습니다. 재단사가 잔에 커피를 붓고 막 마시려는 순간, 커피에 햇빛이 비치더니 그 빛이 반사되어 벽 여기저기에 작은 고리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재단사가 그것을 올려다보더니 말했습니다.
“아, 햇빛이 그 사실을 드러내려 하는구나. 하지만 그렇게는 안 될걸!”
“오, 여보! 저게 도대체 뭐예요? 또 당신 말은 무슨 뜻이구요?”
재단사의 아내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습니다.
“이야기해 줄 수가 없구려.”
재단사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래도 재단사의 아내는 캐물었습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이야기를 해주셔야만 해요.”
그녀는 아주 달콤한 말로, 자기가 들은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재단사는 여러 해 전에 자기가 일감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돈이 떨어져 빈털터리가 되었을 때 만난 유대인을 죽였으며, 그가 죽기 전에
“빛나는 햇빛이 이 사실을 밝혀 줄 거예요.”
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햇빛이 그 사실을 밝혀 내려고 벽에 고리 모양을 만들어 어른거리게 하지만 그 사실을 드러낼 수 없으리라는 말도 했습니다.
재단사는 이야기를 마친 다음 아내에게 아무에게도 이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자기는 죽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아내는 재단사에게 그러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재단사가 다시 일을 하러 들어가자 자기의 친한 친구집으로 가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는 그 이야기를 털어놓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채 사흘이 지나기도 전에 그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결국 그 재단사는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마침내 빛나는 햇빛이 그 사실을 밝혀 내고 만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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