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난한 여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에게는 여행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그녀는 아들에게 여행을 할 수 없다고 말렸습니다.
“네게 줄 돈이라고는 한 푼도 없는데 어딜 가겠다고 그러니?”
그러자 아들은 이렇게 대꾸했습니다.
“문제 없어요. 그저 이렇게 말하기만 하면 될 텐데요, 뭘. ‘많이도 말고 조금만’ 하고 말이죠.”
마침내 여행을 떠나게 된 아들은 계속 중얼거렸습니다.
“많이도 말고 조금만. 많이도 말고 조금만. 많이도 말고 조금만. 많이도 말고 조금만.”
그러다가 어부들이 고기를 잡는 곳에 다다랐습니다.
“하느님의 가호가 있기를. 많이도 말고 조금만. 많이도 말고 조금만.”
“얘야, ‘많이도 말고 조금만’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
어부들은 그의 말을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물을 당긴 어부들이 그물 안을 보니 정말 고기들이 조금밖에 없었습니다. 어부 한 사람이 막대기로 아들을 때리면서 말했습니다.
“이제는 내가 얼마나 잡을 수 있을지 알겠느냐?”
“그럼 뭐라고 말해야 하나요?”
“‘많이 잡으세요, 많이’라고 말해야지.”
다시 길을 떠난 아들은 방금 배운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많이 잡으세요, 많이. 많이 잡으세요, 많이.”
그러다가 불쌍한 죄인이 막 교수형을 당하려는 곳에 다다랐습니다. 아들은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많이 잡으세요, 많이.”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럼 세상에 나쁜 사람들이 더 많아야 한다는 뜻이냐? 이 정도로도 모자라서?”
아들은 또 흠씬 매를 맞았습니다.
“그럼 뭐라고 해야 하나요?”
“‘하느님이여, 저 불쌍한 영혼을 거두소서’라고 해야지.”
그래서 아들은 그 말을 되풀이하며 계속 길을 갔습니다.
“하느님이여, 저 불쌍한 영혼을 거두소서. 하느님이여, 저 불쌍한 영혼을 거두소서.”
그러다가 백정이 말의 가죽을 벗기고 있는 도랑에 다다랐습니다. 아들은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하느님이여, 저 불쌍한 영혼을 거두소서.”
“아니, 이 놈이 뭐라고 하는거야?”
그 백정은 갈고리로 머리를 한 대 쳤습니다. 아들은 머리가 빙빙 돌아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 뭐라고 해야 하나요?”
“‘썩은 고기는 도랑 속에 놓아 두세요’라고 해야지.”
아들은 다시 떠났습니다. 이번에도 조금 전에 배운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썩은 고기는 도랑 속에 놓아 두세요. 썩은 고기는 도랑 속에 놓아 두세요.”
그러다가 사람들이 가득 타고 있는 마차 곁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썩은 고기는 도랑 속에 놓아 두세요.”
그런데 그 마차가 그만 도랑 속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화가 난 마부가 채찍으로 그를 마구 때렸습니다. 아들은 엉금엉금 기어서 겨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후 그는 다시는 여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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