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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보따리 - 책/그림동화

게으른 하인츠 / 그림형제

돈달원 2021. 3. 1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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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인츠는 게을렀습니다. 풀을 뜯기러 염소를 몰고 나가는 것 외에는 매일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밤에 집으로 돌아올 때는 언제나 이렇게 투덜거렸습니다.

 

  “해마다 늦가을까지 들로 염소를 몰고 나가는 일은 정말 큰 고생이고 고역이야. 만약 누워서 잠을 자면서 일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안 돼. 나는 염소가 어린 나무를 해치거나 울타리를 뚫고 정원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감시해야 되니까. 심지어 도망갈지도 모르니까 눈을 뜨고 있어야 하지. 그러나 이런 식으로 산대서야 어느 누가 인생을 편히 즐길 수 있을까?”

 

  하인츠는 앉아서 자신의 이러한 부담을 벗어 버릴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습니다. 오래도록 생각을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맞아, 내가 할 일을 알았어.”

 

  하인츠는 소리쳤습니다. 

 

  “뚱뚱이 트리나와 결혼하는거야. 뚱뚱이 트리나는 염소를 가지고 있으니까 내 염소를 같이 끌고 나가 풀을 뜯기게 하면 돼. 그럼 나는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아도 될 거야.”

 

  그래서 하인츠는 몸을 일으켜 지칠 대로 지친 다리를 옮겨 놓았습니다. 이제 하인츠가 할 일은 트리나의 부모님에게 가는 것뿐이었습니다. 하인츠는 트리나의 부모님께 부지런하고 정숙한 딸과 결혼하게 해 달라고 청혼을 했습니다. 트리나의 부모님은 이 청혼에 관해서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유유상종이라고 생각하면서 승낙했습니다. 그래서 뚱뚱이 트리나는 하인츠의 아내가 되어 두 마리의 염소를 데리고 풀을 뜯기러 나갔습니다. 하인츠는 이제 즐겁게 지냈습니다. 그는 오직 자신의 게으름에 싫증이 나지 않도록만 하면 되었습니다. 하인츠는 어쩌다 한 번씩 트리나와 같이 나갔는데, 그럴 때는 이렇게 설명하곤 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오직 이 일 이후에 찾아오는 내 휴식을 훨씬 더 즐겁게 즐길 수 있기 위해서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이런 일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을거야.”

 

  그렇지만 뚱뚱이 트리나의 게으름도 결코 하인츠 못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트리나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하인츠, 이럴 필요가 없는데도 왜 우리는 인생을 처량하게 만들고 황금 같은 우리의 젊은 시절을 망치고 있을까요? 옆집 사람에게 염소를 팔아 버리면 더 낫지 않겠어요? 염소는 아침마다 울어대서 우리의 달콤한 잠을 방해해요. 또 옆집 사람은 틀림없이 두 마리 염소값으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벌통을 줄 거예요. 우리는 집 뒤꼍의 양지바른 곳에 벌통을 놓고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요. 벌은 돌볼 필요도 없고 풀을 뜯기러 데리고 나갈 필요도 없어요. 벌은 제 스스로 밖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집을 찾아와요. 더군다나 제 힘으로 꿀을 모으기 때문에 우리는 전혀 수고할 필요가 없어요.”

 

  “아주 현명한 여자처럼 말하는구려. 지금 당장 실천에 옮깁시다. 게다가 꿀은 염소 젖보다 훨씬 맛도 좋고 영양분도 풍부하고, 또 오래 보관할 수 있어.” 

 

  옆집 사람은 기꺼이 두 마리의 염소값으로 벌통을 주었습니다. 벌은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벌집을 쉬지 않고 드나들며 좋은 꿀로 벌통을 채웠습니다. 가을 무렵까지 하인츠는 단지 하나 가득 꿀을 낼 수 있었습니다. 하인츠와 트리나는 침실 벽 위의 높은 시렁에 꿀단지를 올려놓았습니다. 두 사람은 꿀단지를 도둑 맞거나 쥐가 꿀을 훔쳐 먹지나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트리나는 튼튼한 개암나무 회초리를 가져다가 꿀을 노리는 불청객이 침입하면 귀찮게 일어나지 않고도 회초리를 집을 수 있도록 침대 옆에 놓았습니다. 

  게으른 하인츠는 한낮이 되도록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찍 일어날수록 그만큼 빨리 힘이 빠진단 말이야.”

 

  어느 날 아침 늘어지게 잠을 잔 하인츠가 밝은 태양이 내리쬐는 대낮이 되었는데도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며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여자들은 단 것을 좋아해. 당신은 꿀을 야금야금 먹어 치우고 있어. 그래서 내 생각에는 당신이 다 먹어 없애기 전에 꿀을 젊은 얼간이가 기르는 거위와 바꾸는 것이 좋겠어.”

 

  “하지만 우리가 거위를 돌볼 수 있는 아이를 갖기 전에는 안 돼요. 당신은 아무 의미도 없이 내가 피곤해 지치고 내 힘을 낭비하기를 바라는거예요?”

 

  “당신은 우리 아들이 거위를 돌볼 거라고 생각해? 요즘 아이들은 옛날처럼 말을 듣지 않아. 요즘 아이들은 암소를 찾으라고 했는데 세 마리의 찌르레기 사냥을 간 하인처럼 자기들이 부모보다 더 영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멋대로들 해.” 

 

  “우리 아들이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벌을 줄 거예요. 나는 회초리로 사정없이 매질을 할거예요. 봐요, 하인츠! 아시겠죠? 나는 이렇게 때려 줄 거예요.”

 

  트리나가 팔을 휘두르며 힘을 자랑했습니다. 그러다가 불행하게도 트리나는 꿀단지를 침대에 엎고 말았습니다. 꿀단지는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고, 맛있는 꿀이 마룻바닥 여기저기로 쏟아졌습니다.

 

  “원 이거, 얼간이의 거위가 사라지는군. 거위는 이제 돌볼 필요가 없어졌어. 어쨌든 꿀단지가 내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로 끝난 게 천만다행이야.”

 

  꿀단지 조각에 아직 꿀이 조금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하인츠가 꿀단지 조각을 집으며 기쁘게 말했습니다.

 

  “여보, 우선 이 찌꺼기나 먹읍시다. 방금 전에 가슴이 철렁했으니 좀 안정을 시켜야지. 우리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난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뭐가 있겠어? 낮은 정말이지 너무 길어.” 

 

  “맞아요. 때가 되면 어차피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 텐데요, 뭘. 옛날에 어떤 달팽이가 결혼식에 초대를 받고 길을 떠났는데, 겨우 그 부부가 낳은 자식의 세례식 때에 맞춰서 도착했대요. 달팽이가 그 집 앞에서 울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서두르는 것은 낭비다.’

 

  라고 했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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