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종 1년 11월 25일, 이날의 조선왕조실록에는 상당히 경악할 만한 기사가 실려 있다.
한성부에서는 한 어린아이가 납치된 사건을 명종에게 보고했다. 한성의 남부, 명철방에서 살고 있는 전 영춘현감(永春縣監) 이성의 여자종이 9일에 3살 된 아이를 잃어버렸다. 진시(辰時)에 잃어버렸다가, 미시(未時)에 남학동의 소나무 아래에서 찾았다. 하지만 아이의 오른손 손가락 두 개가 잘려져 있었다. 아이가 살아 있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하지만 범인이 의도적으로 아이의 손가락을 잘라가고자 아이를 납치했다는 것은 분명했다.
제일 먼저 한성부가 범인으로 지목한 것은 오작인(仵作人)이었다. 오작인은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일종의 직업인데, 관부에서 시신을 검진할 필요가 있을 때 시체를 닦거나, 조각을 주워 모으거나, 혹은 시체를 싫어하는 관리들을 대신해 검진을 하는 이들이었다. 때로는 시체를 내다버리는 일도 대행했다. 즉 오작인은 백정과 마찬가지로 세상에서 누구도 하기 싫은 일을 도맡아서 하는, 천대받는 이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시체와 관련된 범죄가 벌어지면 제일 먼저 의심받는 것도 이들이었다.
당시 널리 퍼진 소문에 따르면, 오작인들이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후한 뇌물을 받고 아이들을 납치해서 손가락을 자르거나, 혹은 쓸개를 빼어간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문둥병에 걸린 병자가 어린아이의 손가락이나 쓸개를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몹쓸 병에 걸렸지만 백약이 무효하다면, 아무리 허황된 소문이라도 어떤 걸 쓰면 낫는다는 이야기에 혹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가엾은 심리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 약재가 사람이라는 데 큰 문제가 있었다.
“손가락을 잘라가는 자는 법에 마땅히 참수형에 처해야 하고, 체포하고 신고한 자는 상을 주어야 합니다. 해조(該曹)에 명하여 끝까지 추적하여 다스리게 하소서.”
손가락 사건을 들은 명종은 크게 놀라, 형조에서 기필코 범인을 체포하도록 명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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