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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보따리 - 책/어우야담

어우야담 3 / (94) 탐식가의 오식

돈달원 2021. 11. 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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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한 탐식가가 있었다. 일이 있어 남양 개펄에 갔는데 남양에는 굴 조개젓이 많다고 본디 들었으므로 그것을 맛보고자 마음먹었다. 그런데 마침 주인집의 죽통에 굴 조개젓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은 가지와 먹는 것이 제격이라고 여겨 가지를 찾아 보았으나 얻을 수 없었다. 그러다 처마 밑에 가지 반절이 있는 것을 보았다. 탐식가는 죽통의 굴 조개젓을 가져다 가지에 얹어 먹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기침과 천식이 심한 주인집 노인이 한참 기침을 하다가 가래를 뱉으려고 죽통을 찾으니 없는 것이었다. 또 아이가 설사를 앓다가 항문이 빠져 그 모친이 가지를 반으로 잘라 그것으로 항문을 밀어 넣곤 했는데, 이때 그 가지를 찾았으나 간 곳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니 식탐 많은 객은 노인의 가래를 굴 조개젓으로 여기고 그것을 빠진 항문을 밀어 넣었던 가지에 얹어서 먹은 것이었다.

  아! 세상에서 이익과 현달함을 구하고 탐하여 구차하게 먹는 자는 죽통을 뒤져 가지를 먹었던 자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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