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향해 던져라, 달에라도 떨어질테니
블로그 애서(愛書)

이야기보따리 - 책/그림동화

개구리 왕자 / 그림형제

돈달원 2020. 12. 2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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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옛날, 사람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이루어지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한 왕이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아름다운 딸들이 여러 명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막내딸은 유독 아름다워서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한 해님조차도 막내 공주의 얼굴에 빛을 뿌릴 때마다 그 아름다움에 놀라움과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였습니다.
  왕이 살고 있는 성 부근에는 나무들이 울창한 숲이 있었습니다. 숲에는 오래된 보리수가 있었으며 나무 밑에는 샘이 하나 있었습니다. 날이 더울 때면 막내 공주는 그 숲으로 들어가 시원한 샘물가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다가 심심해지면 가져간 황금 공을 공중에다 높이 던졌다가 받는 놀이를 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공주가 황금 공을 공중에 던졌다가 잡으려 하는데 공이 공주의 손에 맞고 튀어나가 샘 쪽으로 떼굴떼굴 굴러가는 것이었습니다. 공은 공주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대로 샘 속으로 굴러 들어가 자취를 감춰 버렸습니다. 샘은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습니다. 공주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공주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졌습니다. 그 곳에는 공주의 마음을 달래줄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공주가 거기 그렇게 주저앉아 슬피 울고 있을 때였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슬피 울고 있나요, 공주님? 공주님의 눈물은 돌까지도 녹이겠군요.”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일까 하고 공주는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샘 속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그 두툼하고 못생긴 머리를 물 밖으로 삐쭉 내밀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 개구리 너였구나! 나는 지금 황금 공이 샘 속에 빠져 버려서 울고 있는거란다.”

  그러자 개구리가 대답했습니다.

  “울음을 그치고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제가 공주님을 도와 드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제가 공주님의 황금 공을 찾아오면 저한테 뭘 주실거죠?”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줄게. 내 옷이랑 진주, 보석들도 주고, 내가 머리에 쓰고 있는 금관도 네가 원한다면 줄게.”

  “전 공주님의 옷도 진주도 보석도 금관도 원치 않아요. 그런 것 대신 절 사랑해 주고, 제 친구가 되어 함께 놀아 주고, 식탁 앞에 앉을 때 저를 공주님의 옆자리에 앉게 해주고, 공주님의 작은 금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게 해주고, 공주님의 작은 컵에 들어 있는 물을 마시게 해주고, 공주님의 작은 침대에서 함께 자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신다면 물 속에 들어가서 공주님의 황금 공을 찾아 가져다 드리겠어요.”

  “그래, 약속할게. 그 공만 찾아 준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게!”

  그러면서 공주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저 멍청한 개구리가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담! 다른 개구리들과 함께 물 속에 들어앉아 개골개골거리기나 할 것이지. 어떻게 사람이 자기를 친구로 대해 주기를 기대한담?’

  일단 공주의 약속을 받아 낸 개구리는 물 속에 머리를 집어넣고 깊숙이 헤엄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입에 공을 물고 물 밖으로 헤엄쳐 나왔습니다. 개구리가 풀밭에 황금 공을 던져 주자 공주는 너무 기뻤습니다. 그러더니 재빨리 그 공을 집어 들고 쏜살같이 달려가 버렸습니다.
개구리가 소리쳤습니다.

  “기다려요, 공주님! 저도 데리고 가야죠. 전 공주님처럼 빨리 달릴 수가 없어요.”

  개구리는 있는 힘을 다해 개골개골거렸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공주는 이제 개구리에게 아무 관심도 없었습니다. 공주는 곧바로 성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곧 그 개구리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개구리야 샘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이튿날이었습니다. 공주가 왕과 신하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작은 황금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고 있는데 무엇인가가 팔딱팔딱하면서 대리석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공주님, 막내 공주님, 문 좀 열어 주세요!”

  밖에 누가 왔는지 궁금하게 생각한 공주는 문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문을 열어 보았더니 그 곳에 그 개구리가 와 있는 게 아니겠어요. 공주는 재빨리 문을 쾅 닫아 버리고는 겁먹은 얼굴로 식탁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왕은 공주의 가슴이 마구 뛰고 있다는 걸 눈치 채고 물었습니다.

  “공주야, 대체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거냐 거인이 널 잡으러 오기라도 했느냐?”

  공주가 대답했습니다.

  “아, 아니예요. 거인은요. 징그러운 개구리인걸요.”

  “개구리가 뭘 바라고 널 찾아왔지?”

  “어제 제가 숲 속의 샘 근처에 앉아서 황금 공을 가지고 놀다가 그만 그걸 샘 속에 빠뜨리고 말았어요. 그래서 제가 엉엉 울고 있으니까 저 개구리가 나타나 그걸 건져 주었어요. 그 대가로 개구리는 제게 친구가 되어 달라고 했어요. 저는 그러겠다고 약속하고 말았지 뭐예요. 하지만 전 저 개구리가 물 밖으로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그 개구리가 지금 저 밖에 와서 이 안으로 들어와 저랑 함께 있고 싶대요.”

  바로 그 때 또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개구리가 외쳤습니다.

  “공주님, 공주님, 막내 공주님,
  문을 열고 절 들여보내 주세요.
  그 차가운 샘물 곁에서
  저한테 약속하신 걸 잊으셨나요?
  공주님, 공주님, 막내 공주님,
  문을 열고 절 들여보내 주세요.”

  이윽고 왕이 말했습니다.

  “네가 약속을 했다면 지켜야 한다. 가서 들어오게 하렴.”

  공주가 가서 문을 열어 주자 방 안으로 훌쩍 뛰어들어온 개구리는 공주를 따라 공주의 의자가 있는 데로 팔짝팔짝 뛰어갔습니다. 의자 옆에 온 개구리는 소리쳤습니다.

  “절 공주님 곁에다 올려 주세요!”

  공주는 정말 싫었습니다. 하지만 왕이 그렇게 하라고 분부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분부대로 했습니다. 일단 의자 위에 올라온 개구리는 다시 말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먹을 수 있도록 공주님의 작은 황금 접시를 제 쪽으로 더 가까이 밀어 주세요.”

  물론 공주는 개구리가 요구하는 대로 해주긴 했지만 싫은 것을 참고 억지로 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개구리는 접시에 담긴 음식을 맛있게 먹었지만 공주는 음식이 목에 걸려 체할 지경이었습니다. 개구리가 다시 말했습니다.

  “아, 참 잘 먹었다. 먹고 나니 피곤하네요. 절 위층에 있는 공주님 방으로 데려다 주시고 공주님의 비단 침대를 손봐 주세요. 우리가 함께 잘 수 있도록.”

  공주는 그 개구리가 무섭고 징그러워 울기 시작했습니다. 개구리를 건드리는 것조차도 끔찍한 일인데 이제 그 개구리를 자신의 아름답고 깨끗한 침대 위에다 재워야 할 지경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왕은 화난 표정을 하며 공주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너를 도와준 상대를 무시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

  할 수 없이 공주는 두 손가락으로 개구리를 집어 위층으로 데리고 가서 방 구석에다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공주는 침대로 올라가 누웠습니다. 개구리는 침대 곁으로 기어와 말했습니다.

  “난 피곤해요, 공주님. 나도 공주님처럼 침대에서 자고 싶어요. 날 침대 위로 올려 주세요. 안 그러면 아버님께 일러바치겠어요!”

  이 말에 공주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개구리를 집어 들어 있는 힘껏 벽에다 던졌습니다.

  “이제 푹 쉴 수 있을거야, 이 더러운 개구리 같으니!”

  그러나 개구리가 방 바닥에 떨어졌을 때 개구리는 이미 아름다운 눈을 지닌 왕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공주는 이제 아버지가 지시하신 대로 왕자를 자신의 다정한 친구요 남편으로 맞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왕자는 공주에게 못된 마녀가 자기에게 마법을 걸었으며 오로지 공주만이 자기를 그 샘에서 꺼내 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왕자는 다음 날 공주를 자기 나라로 데려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잠이 들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밝은 햇살이 그들을 깨울 즈음, 여덟 마리의 하얀 말들이 끄는 마차 한 대가 성에 도착했습니다. 머리에 타조 깃털을 꽂고 금사슬로 된 마구를 걸치고 있는 말들이 끄는 마차였습니다. 그 마차 뒤에는 왕자의 충성스런 신하인 하인리히가 선 채로 타고 있었는데 그의 가슴에는 철로 된 세 개의 띠가 감겨 있었습니다. 자기 주인이 개구리가 된 걸 알고 너무나 슬픈 나머지 자기 가슴이 슬픔과 괴로움으로 터져 버릴까봐 철로 만든 띠로 가슴을 감아 달라고 부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왕자를 자기 나라로 모셔 가기 위해 마차를 몰고 왔습니다. 충신 하인리히는 왕자와 공주가 마차에 타는 걸 도운 뒤 다시 마차 뒤의 자기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는 자기 주인이 구원을 받았기 때문에 너무 기뻐서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마차가 어느 만큼 달렸을 때 왕자는 뒤에서 무엇인가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왕자는 고개를 돌리고 소리쳤습니다.

  “하인리히, 마차가 부서지고 있어!”

  “아닙니다. 왕자님, 제 가슴을 감은
  쇠띠에서 나는 소리일 뿐입니다.
  마녀가 마법을 걸어 왕자님을 개구리로 만들어 놓았을 때
  철로 만든 띠로 가슴을 감았거든요.”

  여행을 하는 동안 그 소리는 두 번 더 들렸고 그 때마다 왕자는 마차가 갈라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소리는 이제 왕자님이 안전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된 충신 하인리히의 가슴이 기쁨으로 부풀어오르는 바람에 철로 된 띠들이 차례차례 터져나가는 소리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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