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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보따리 - 책/어우야담

어우야담 / (208) 사나운 일본 풍속

돈달원 2021. 2. 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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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인들은 성질이 급하여 살해하는 것을 숭상하였다. 만약 눈이라도 흘기면 그때마다 칼에 손이 갔다.

 

  풍성豊城 현감이었던 자가 있었는데 종실이었다. 8, 9세에 왜놈에게 잡혀 일본에 들어갔다가 20세가 넘어 돌아왔다. 언어와 행동거지 모두 본국의 옛것을 잊어버린 상태였으며, 그가 익힌 것은 용병用兵과 치고 찌르는 것으로 왜인과 한가지였다.

  여름날 풍성 현감이 낮잠을 자고 있자 친척이 장난으로 종이 침을 만들어 그의 코를 찔렀다. 풍성 현감은 벌떡 일어나 눈을 감은 채 자신의 허리춤을 어루만졌으나 칼이 없었다. 그는 눈을 뜨더니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왜인 풍속에서는 앉으나 누우나 칼을 풀어 놓지 않고 있다가 조금이라도 뜻을 거스름이 있으면 칼을 뽑아 찌르오. 그렇기 때문에 비록 부부 사이라 할지라도 한 방에서 잠잘 수 없으니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길까 염려하기 때문이오. 오늘 내 칼이 허리에 있었더라면 아마도 그대를 죽였을 것이오."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모두 혀를 내둘렀다. 그 후 풍성 현감은 반란을 일으키다 죽었으니, 교화시키기 어려운 일본의 풍속을 가히 짐작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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