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향해 던져라, 달에라도 떨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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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시

자각몽

돈달원 2020. 11. 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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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과 깜박.

저 먼 곳 굽이친 시궁창까지, 소리와 암흑은 그 무엇보다 빠르게 닿는다. 시궁창의 그 녀석도 이를 어느 누구보다 빠르게 깨달으리라. 분명, 굽이굽이 눌러넣은 불길을 누구보다 빠르게 수직으로 지나올 것이다. 사사삭, 그녀석이다. 침대에 누운 귓가에 사악한 그 녀석의 소리가 몰려온다. 다시 불을 킨다면 될 터이지만 설익은 밤을 놓칠까 쉽사리 그러지 못한다. 소리는 어제도 들렸고, 오늘도 들렸으며, 놓칠 것이기에 내일도 들릴 것이다. ‘해야, 밝아라 해야!’ 해야, 할 일을 깨닫는가, 아니면 날이 밝기를 되뇌이며 그저, 눈감고 잠들뿐일런가. 떠오르는 불길을 굽이굽이 눌러 넣는다.

딸깍 그리고 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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