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전 갯벌에 달마저 저물어 이불 속은 깊은 침전 비추는 손전등에 부끄러운 줄 알면서도 얼굴이나 비춰볼까 먹물을 치고 등잔불에 앉아 대단한 글이라 끄적여본다 절여져 쭈그러진 늙은이의 손 달빛은 드리우는데 나는 무엇에 홀로 앉아 먹물을 치는가 창문에 비쳐지는 꼴사나운 얼굴 쓰여지는 것은 온통 먹투성이다 갯벌에 달무리 아른 거리고 비추는 달빛에 혹여나 비쳐질까 방구석의 꼴뚜기 이불 속은 깊은 침전 창작/시 2020.11.07
수많은 이상은 오늘도 단명하는 것이다. 채버거운책가방을짊어진학생짧은치마에하이힐이조심스런 여인죄여오는넥타이를동여매는회사원나를지나며혀를차는일상들메론향이배인끈적끈적한아이스크림막대붉은립스틱자국이야릇히묻은종이컵필터가노랗게물든담배꽁초얼어버린경기차가운반응이라는문구들로가득찬조간신문 조간신문... 왠지 모를 추위에 나는 쓰레기통 속 조간신문을 재빨리 꺼내 몸에 덮는다. 모자란 넓이, 덮이지 않는 발끝에도 얇은 신문은 서서히 온 몸을 덥힌다. 잘한 것이다. 읽지 않길 잘한 것이다. 진정 읽지 않길 잘한 것이다... 단조로운일상반복되는일상일상을벗어난것은 '이상한 것' 수많은 이상은 그렇게 오늘도 단명하는 것이다. 창작/시 2020.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