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중李執中은 음관蔭官이다. 일찍이 사직제社稷祭를 주관하였는데 제관 아무개와 더불어 재실에서 잠을 잤다. 아무개는 아직 잠이 들지 않고 있었는데 이집중이 깊은 잠을 자다 갑자기 일어나 옷을 매는 띠를 가져다 스스로 목을 매더니 두 손을 엇갈려서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아무개가 괴이하게 여겨 그가 하는 바를 시험 삼아 관찰하였더니 잠시 후 캑캑거리는 소리를 냈다. 아무개가 그를 잡고 소리쳐 부르며 목 조른 띠를 풀어 주었더니 이집중은 한참 후에야 비로소 깨어나 말하였다.
“꿈에 어떤 객이 나에게 피생彼生의 즐거움에 대해 극진하게 말해 주며 함께 그곳에 가고 싶다고 반복해 말했으므로 나도 그 말을 들을수록 마음이 즐거워져 스스로 옷 띠를 가져다 목을 매었고 객도 두 손으로 목매는 것을 도왔는데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었소. 그대가 아니었으면 나는 아마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오.”
만력 기미년(1619) 겨울, 참봉 신우안申友顔은 젊은이로 해서를 잘 썼다. 정언正言 이원여李元輿의 집을 빌려 살고 있었는데 밤중에 그가 간 곳이 없자 이웃집 사람이 말했다.
"밤에 어떤 물체가 있어 형상 없는 것이 사람 같지는 않았는데 그것이 담장 밖에서 참봉을 불러 갔습니다."
이 말을 듣고 몹시 의아해하였다. 집 식구들이 그를 찾아 나섰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말았는데 며칠 지난 뒤 반송盤松 연못물 위에서 그를 찾았으니 자줏빛 옷을 보고 그물로 건져 낸 것이었다. 그의 본집은 도성 서소문 밖에 있었는데 고故 재상宰相 이충원李忠元의 집이었다. 이충원에게는 딸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아이가 간 곳이 없어져 버렸다. 며칠이 지나 대천교大川橋 아래에서 찾았는데 짚자리를 덮은 채 엎어져 있었다. 거의 반절쯤 죽은 것을 집으로 데려다 놓았더니 며칠 후에 이내 죽고 말았다. 처음에 그 아이를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떤 선비가 다리 밑을 가르쳐 주어서 찾았다. 선비가 밤에 꿈을 꾸었더니 어떤 사람이 그에게 말하였다.
"내가 새로 아름다운 아내를 얻어 몹시 사랑하였는데 너로 인해 잃어버렸으니 내 마땅히 너의 아내로 교체해야겠다."
선비가 깨어나 보니 아내가 이미 온데간데 없었다. 며칠 지나자 그 사람이 다시 와서 말하였다.
"처음에는 네가 나의 아내를 빼앗은 것에 노하여 너의 처를 빼앗았다만 지금은 다시 아내를 얻었으니 네 처를 다시 돌려보낸다."
선비가 사람을 시켜서 이씨 집을 탐색해 보게 하였더니 그 집 처자는 이미 죽었던 것이다.
또 내가 소싯적에 형에게 들으니, 형의 집이 낙산駱山을 등지고 있었는데 산 위에는 가로로 뻗은 가지가 달린 소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부모를 원망하며 괴로워하던 마을 아이가 그 가지에서 스스로 목을 매니 마을 사람들이 구제해 주었는데, 그 아이가
“어떤 사람이 나를 잡아끌며 피생彼生의 즐거움에 대해 극진하게 말해 주기에 그의 말에 따랐던 것인데 저 자신은 괴롭지 않았어요.”
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나는 항상 이 이야기를 괴이하게 여겨 왔다.
'이야기보따리 - 책 > 어우야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우야담 / (337) 호살과 호생 (0) | 2021.03.17 |
---|---|
어우야담 / (334) 굶주린 도적 (0) | 2021.03.16 |
어우야담 / (320) 역적 허균의 기재 (0) | 2021.03.10 |
어우야담 / (317) 불탑의 귀물을 만난 정백창 (0) | 2021.03.10 |
어우야담 / (314) 시신들을 묻어 준 박엽 (0) | 2021.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