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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 김시金禔는 늙어 가면서 머리털이 빠졌다.
일찍이 홍주(洪州)를 지나는데 그곳의 수령이 어린 기녀로 하여금 천침하도록 시켰다. 다음 날 아침 김시가 세수하려다가 자신의 머리가 창피하게 느껴져 우두머리 기녀에게 말했다.
"내가 지난 밤 그 기녀와 잠자리를 같이한 잘못을 저질렀다. 그 애는 늙은 중과 사통했다고 하던데 대단히 상서롭지 못하다. 너도 그 소문을 들었느냐?"
우두머리 기녀가 말했다.
"그것이 무슨 말씀이옵니까? 말을 전한 자가 거짓말한 것이옵니다."
어린 기녀도 대단히 화를 냈다. 그런데도 김시는 한사코 말했다.
"너희들은 나를 속이려 하지 마라,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어린 기녀가 더욱 화를 내며 눈물까지 흘리자 김시는 손과 얼굴을 씻으면서 말했다.
"내 머리를 보아라. 내가 바로 그 중이니라."
어린 기녀는 몹시 기뻐하며 크게 웃었으니, 대머리 손님과 사통한 것이 수치스러워할 만하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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