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향해 던져라, 달에라도 떨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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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보따리 - 책/어우야담

어우야담 / (61) 태의 양예수의 신술

돈달원 2020. 12. 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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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예수는 선조 때의 태의(의약의 일을 맡은 벼슬)이다. 어렸을 적에 호음 정사룡을  숙직실에서 알현하였는데 그때 호음이 양절반씨역대론陽節潘氏歷代論을 읽고 있었다. 호음이 양예수에게 말했다.

 

  "너도 배우는 데 뜻이 있느냐?"

 

  그리고는 자신이 읽고 있던 논論을 가르쳐 준 뒤 책을 치우고 논의 내용을 외우도록 시키자 양예수는 거침없이 외워 편을 끝마칠 때까지 틀리는 곳이 없었다. 호음이 크게 놀라 말했다.

 

  "너 같은 재주로 문장을 배운다면 내 마땅히 의발을 전해 주겠다."

 

  양예수는 보잘것없는 가문의 출신이어 녹사에 다급했던 나머지 마침내는 의과醫科에 응시해 명의가 되었다. 그는 패술을 사용하여 온갖 병을 치료하였는데 그 신속한 효과는 마치 신이 하는 것 같았다. 어떤 여자가

 

  "출산 후 마음의 병이 발생하여 미친 듯이 말을 하는데 늘 흰옷 입은 어린애가 왔다."

 

  라고 헛소리를 하며 그때마다 미친 짓을 하곤 했다. 사람들이 양예수에게 그 까닭을 물으니, 그가 대답하였다.

 

  "귀신이 빌미한 것은 아니오. 태

상 소녀小女의 폐肺가 아직도 희니, 이는 바람의 나쁜 기운(風邪)이 폐에 들어간 것이오. 오로지 폐풍肺風만 치료하면 병이 나을 것이오."

 

  또 어떤 한 사람이 창병瘡病을 앓았는데, 문을 닫은 밀실 안으로 마치 버들개지 같은 어떤 물체가 방안 가득히 날아들어 오더니 몸에 떨어져 피부를 뚫고 들어가자마자 창병이 생겼다. 양예수에게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였다.

 

  "이 병에 관한 것이 방서에는 나타나 있지 않소. 마치 버들개지 같은 벌레 기운이 요사스러운 귀신의 도움을 받는 것이오. 벌레를 죽이고 요사스러운 귀신을 몰아내는 약제를 쓰면 즉시 효력이 있을 것이오." 

 

  양예수는 구변이 무척 좋았다. 어떤 사람이 와서 자신의 병에 관해 말했다.

 

  "한기가 도는 듯하다 곧 열이 나고 피곤해 눕고 싶은 생각만 납니다. 기운이 딸리고 몹시 허하여 식은땀이 나는데 이러한 증상이 날마다 점점 심해집니다."

 

  그때는 봄과 여름이 교체하는 때로 낮이 길어지고 먹는 것이 모자랐으므로 그의 병은 곧 굶주림에서 나온 것이었다. 양예수가 말했다.

 

  "새로 나온 쌀로 밥을 지어 그것을 상추 잎에 싸서 주먹 크기만 한 덩어리로 만든 뒤 그 위에 신선한 생선구이를 곁들여서, 정오에 열다섯 덩어리만 삼키면 병이 틀림없이 나을 것이오."

 

  이 말을 들은 자들이 배를 움켜쥐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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