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향해 던져라, 달에라도 떨어질테니
블로그 애서(愛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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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야담 75

어우야담 3 / (59) 승정원 귀신

시어소 경운궁 승정원은 평시에는 정릉동 종실의 집이 있던 곳으로 본래 귀신이 많다고 이야기되었다. 종실이 말을 잃고서 찾았으나 찾지 못했는데 말이 누대 위에서 우는 것이었다. 살펴보니 그곳은 이전처럼 봉쇄되어 있는데도 말이 그 안에 들어가 있었다. 승정원이 되고 나서 어떤 관리가 그 집에 있었는데 늘 가위눌림을 겪었다. 어떤 한 승지가 들어가 숙직하는데, 때는 여름밤이어서 사방의 창문을 열어놓고 아전들은 모두 창 아래에서 자을 잤으며 승지만이 홀로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홀연 신장이 8,9척 되는 어떤 한 귀신이 긴 다리로 몸을 솟구쳐 세운 채 창밖에 서 있었고, 그보다 조금 작은 한 귀신은 큰 귀신의 왼편으로 와 섰으며, 또 작은 귀신들이 뒤를 이어 큰 귀신의 오른쪽에 섰다. 모두 다 서로 의지한 채 ..

어우야담 3 / (37) 중의 환술

지난날 내가 교리 신관에게 한유의 문장을 배웠는데 한유의 '송고한상인서'에서 중은 환술을 잘 부리고 기능이 많다는 대목에 이르러, '환술을 잘 부리고 기능이 많다'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교리가 대답하였다. "근래에 과천의 원정이 참외 한 짐을 말에 가득 싣고 한강선에 올랐었지. 그런데 같은 배에 탄 한 중이 말하는 거야." '여름 더위를 만나 마음이 불에 타는 듯하니 그 참외를 같은 배를 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원정은 대답했지." '밭갈고 김매고 물을 대고 노력하여 성숙시켰소. 저자에 내다 팔지 않고 도리어 당신들을 위해 덕을 베풀겠소?' "중이 또 말했지." '밭 갈고 김매는 것과 성숙시키는 것이 나에게는 무척 쉬운 일일 뿐이지. 나에게도 방법이 있는데 무엇 하러 당신에게..

어우야담 3 / (22) 노비 김의동의 출세

김의동은 신씨 집안의 노비이다. 나이 열아홉 살에 주인집에서 일을 함에 나무하고 꼴 베는 고통스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종적을 감추어 달아나고 말아 그의 형적을 찾지 못한 것이 10여 년이었다. 신씨 집에서는 노비 업산을 시켜 영남에 가서 여러 노비들의 세공을 징수해 오라 하였다. 조령에 이르자 종모를 쓰고 남빛 비단옷을 입고 옥 귀고리를 달고 머리 꼭대기를 은으로 장식하고 비룡을 타고 지나는 대관이 있었다. 벽제가 무척 삼엄하였고 치중이 길을 가득 메웠다. 업산은 길 왼편에 말을 세우고 엎드려 자세히 살피니 생김새가 김의동과 닮아 무척 의아해하였다. 그런데 대관 또한 말 위에서 그를 넘보는 것이었다. 1리쯤 갔는데 졸벼 몇이 되돌아오더니 업산을 끌고 가는 것이어서 그는 몹시 두려워 혼이 나갈 듯하였다. 산..

어우야담 / (338) 흥양읍의 아기장수

흥양읍興陽邑은 바다 가운데 있어 마치 도서島嶼와 같다. 그곳에는 기이한 일들이 많았으니 어떤 사람은 용이 그렇게 한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 읍에 유충서柳忠恕라는 자가 있었는데 나와 일가 되는 사람이다. 집에 있던 한 계집이 낮에 행랑 모퉁이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비바람이 불며 천둥 치는 소리가 산악과 집채를 뒤흔들었다. 한참 동안 어두워져 분간할 수 없었는데 문득 계집종이 오간 데 없었다. 계집종도 어떤 물체가 자신을 끼고 가는지 알지 못하였는데 다만 큰 불이 앞을 가로질러 가고 검은색이 바다를 절단했으며 지나쳐 가는 곳의 집 지붕들이 별안간 끊어진 것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굽어보니 푸른 파도가 아래에 있었는데 몸이 이미 섬 가운데 떨어져 있어 마치 잠자다 깨어난 것 같았다고 하였다. 그 후로 ..

어우야담 / (337) 호살과 호생

영광靈光에 큰 못이 있는데 큰 벌판까지 뻗쳐 있어 둘레가 몇 리나 되는지 깊이가 몇 길이나 되는지 알 수 없었다. 해마다 여름과 가을이 교차할 때면 큰 비가 내려 바다와 통했으므로 바다 물고기들이 못에서 헤엄치고 다녔다. 물이 빠지게 되면 그로 인해 못 안에서 기르는 물고기가 되어 버리므로 영광군 사람들이 배를 타고 나가 그물을 던져 바닷고기들을 많이 잡아 올 수 있었다. 태수 김외천金畏天은 무인이다. 그 못에서 물고기를 대대적으로 잡아 기이한 장관을 연출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고기를 잡는데, 쓴맛 나는 나무 열매를 상류에서 부수어 뿌리면 물고기들이 모두 물에 떠 죽어 그물로 다 걷어 낼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태수는 영광군 안에 명령을 내려 백성들 중 관아에 송사하러 온 사람들은 모두 그 열..

어우야담 / (334) 굶주린 도적

금년에 서울의 어떤 선비가 서울 저자의 쌀값이 올랐기 때문에 수백 리 밖에 나가 쌀을 한 짐 사서 싣고 왔다. 산길에 이르렀을 때 어떤 사람이 장검을 들고 말 앞에 나와 절을 올렸다. 선비가 말했다. "너는 누구냐?" "길 가는 사람입니다." "길 가는 사람이 무엇 때문에 절을 하는 것인고?" "저희들은 굶주렸으며 먹을 것이 없으므로 쌀을 얻어 가기 원하옵니다." 선비가 미처 응대하지 못하자 하인이 말했다. "반 짐만 나누어 주겠소." "식구가 많아 반 짐으로는 두루 먹일 수 없습니다. 한 짐 다 주십시오." 선비는 머리를 끄덕인 뒤 다 주었는데 그 사람이 또 말했다. "쌀이 무거워 지고 갈 수 없으니 말도 함께 빌려 주신다면 쓰고서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산 하나를 지나자 말을 되돌려 주면서 말했다...

어우야담 / (327) 저승 손님

이집중李執中은 음관蔭官이다. 일찍이 사직제社稷祭를 주관하였는데 제관 아무개와 더불어 재실에서 잠을 잤다. 아무개는 아직 잠이 들지 않고 있었는데 이집중이 깊은 잠을 자다 갑자기 일어나 옷을 매는 띠를 가져다 스스로 목을 매더니 두 손을 엇갈려서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아무개가 괴이하게 여겨 그가 하는 바를 시험 삼아 관찰하였더니 잠시 후 캑캑거리는 소리를 냈다. 아무개가 그를 잡고 소리쳐 부르며 목 조른 띠를 풀어 주었더니 이집중은 한참 후에야 비로소 깨어나 말하였다. “꿈에 어떤 객이 나에게 피생彼生의 즐거움에 대해 극진하게 말해 주며 함께 그곳에 가고 싶다고 반복해 말했으므로 나도 그 말을 들을수록 마음이 즐거워져 스스로 옷 띠를 가져다 목을 매었고 객도 두 손으로 목매는 것을 도왔는데 전혀 고통스럽지..

어우야담 / (320) 역적 허균의 기재

역적 허균은 총명하고 재기가 두드러지게 뛰어났다. 아홉 살에 시를 지을 수 있었는데 그 시들이 몹시 뛰어나 여러 어른들이 칭찬하며 말했다. "이 아이는 후일 당연히 글 짓는 선비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모 사위인 간의諫議 우성전禹性傳만은 그 시를 보고 말했다. "뒷날 비록 문장에 뛰어난 선비가 된다 할지라도 허씨 문종門宗을 뒤엎을 자는 반드시 이 아이일 것이다." 허균이 종사관이 되어 원접사 유근을 따라 의주에 도착하였을 때 영위사迎慰使 신흠申欽이 날마다 허균과 만나 허균이 고서를 입으로 외우는 것을 들었는데 유불도 삼가의 책을 닥치는 대로 시원하게 외어 내니 아무도 그를 당할 수 없었다. 신흠이 물러나와 탄식하며 말했다. "그는 사람이 아니다. 생김새 또한 좋지 않으니 필시 여우, 뱀, 쥐 등의..

어우야담 / (317) 불탑의 귀물을 만난 정백창

한림 정백창鄭百昌이 약관의 나이에 산사에서 책을 읽었는데 중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것을 싫어하여 항상 불탑佛榻 뒤로 가서 밤에 책을 읽었다. 불탑 뒤에는 창도 없는 빈 굴이 있었는데 그곳에 불가佛家의 의물儀物을 넣어 두고 있었다. 밤이 깊자 한 거대한 물체가 갑작스럽게 나타나 서안書案 앞에 엎드렸는데 악취가 비위를 거슬렸다. 정백창이 자세히 보니, 그 물체는 눈은 튀어나오고 코는 찌그러졌으며 입 꼬리는 귀까지 닿았고 귀는 늘어지고 머리카락은 솟았으며 마치 양 날개가 활짝 펴진 것 같았고 몸은 청홍색이었는데,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정백창은 그것이 요망한 귀신인 것을 알고 놀라는 기색 없이 계속 책을 읽었다. 인하여 다리를 벌렸다 뻗었다 반복하면서 여전히 태연자약하니 그 물체도 오랫동안 나아오지도 물러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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