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 / 사자 가죽을 뒤집어쓴 당나귀와 여우 당나귀가 사자 가죽을 뒤집어쓴 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동물들에게 겁을 주었다. 그러다가 여우를 보자, 여우에게도 겁을 주어 기겁하게 만들려고 했다. 전에 우연히 당나귀가 우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던 여우는 당나귀에게 말했다. “그래, 나도 네가 우는 소리를 몰랐다면 분명히 너를 보고 겁을 집어먹었을 거야.” 어떤 자들은 아무 말도 안 하고 폼을 잡고 있으면 꽤 잘나게 보이지만, 자기를 자랑하려고 말을 하는 순간 본색이 드러난다. 이야기보따리 - 책/이솝우화 2021.03.22
이솝우화 / 신상 나르는 당나귀 어떤 사람이 당나귀에 신상(神像)을 싣고 읍내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본 많은 사람이 그 앞에 엎드려 절했다. 당나귀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절한다고 생각하고는 우쭐해져서 큰 소리로 울어 젖힐 뿐, 더 이상 앞으로 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몰이꾼이 이 당나귀가 왜 이러는지를 눈치 채고는 채찍으로 때리며 말했다. “이 멍청한 녀석아, 사람들이 너한테 절하는 게 아니라 신상에 절하는 것을 알아야지.” 남의 후광 덕분에 대우받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자기가 잘난 줄 알고 으스댔다가는 그 사정을 아는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야기보따리 - 책/이솝우화 2021.03.22
이솝우화 / 소금 나르는 당나귀 어떤 당나귀가 소금을 지고 강을 건너다가 미끄러져서 강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데 소금이 강물에 다 녹아버려 가뿐히 일어설 수 있었고, 짐도 더 가벼워졌기 때문에 당나귀는 기분이 좋았다. 그로부터 얼마 후에 해면을 넣은 자루를 지고 강가에 도착한 당나귀는 이번에도 강물에 빠지면 더 가뿐히 일어설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미끄러졌다. 하지만 해면이 물을 잔뜩 머금자 당나귀는 일어설 수 없어서 그 자리에서 익사하고 말았다. 이야기보따리 - 책/이솝우화 2021.03.22
이솝우화 / 들나귀와 집나귀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쉬는 집나귀를 본 들나귀가 그에게 다가가서, 몸도 건강하고 먹을 것도 아주 많으니 정말 좋겠다며 축하했다. 그러나 얼마 후에 집나귀가 무거운 짐을 실어 나르고, 몰이꾼이 뒤에서 채찍질하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 “더 이상 자네를 행운아라고 하거나 축하하지 않겠네. 자네가 그런 풍요를 누리기 위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를 알았기 때문이네.” 이야기보따리 - 책/이솝우화 2021.03.22
이솝우화 / 나그네들과 도끼 두 사람이 함께 길을 가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이 도끼를 발견하자, 다른 사람이 “우리가 도끼를 발견했네” 라고 말했다. 그러자 도끼를 먼저 발견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우리가 발견했네” 라고 하지 말고 “자네가 발견했네” 라고 말하라고 충고했다. 얼마 후에 두 사람은 도끼를 잃어버린 사람들과 맞닥뜨렸다. 그들에게 쫓기게 되자, 도끼를 가진 사람은 동행에게 “우리는 망했네”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동행이 말했다. “‘우리는 망했네’라고 하지 말고, ‘나는 망했네’라고 하게. 자네는 도끼를 발견했을 때 나와 나눌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네.” 이야기보따리 - 책/이솝우화 2021.03.20
이솝우화 / 나그네들과 곰 두 친구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들 앞에 곰이 나타나자, 한 친구는 먼저 나무 위로 올라가서 숨었고, 다른 친구는 잡힐 것 같아서 땅바닥에 엎드려 시체인 척했다. 곰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와서는 코로 여기저기 냄새를 맡았지만, 그는 숨을 꾹 참았다. 곰이라는 동물은 시체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곰이 떠나고 나자, 나무 위로 올라가 숨었던 친구가 내려와서는 곰이 그의 귀에 대고 무슨 말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친구가 대답했다. “이후로는 위험할 때 도망가는 친구와는 함께하지 말라고 하더군.” 이야기보따리 - 책/이솝우화 2021.03.19
이솝우화 / 금도끼 은도끼 (원제: 나무꾼과 헤르메스) 어떤 사람이 강 옆에서 나무를 베다가 자신의 도끼를 강물에 빠뜨리고 말았는데,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 강둑에 앉아 울고 있었다. 헤르메스가 그 사람이 우는 이유를 알고는 불쌍한 마음에 강물 속으로 들어가 금도끼를 가지고 나와 이것이 잃어버린 것이냐고 물었다. 그가 아니라고 말하자, 헤르메스는 다시 강물 속으로 들어가 은도끼를 가지고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자기 것이 아니라고 말하자, 헤르메스는 세 번째로 물속으로 들어가서 그가 사용했던 도끼를 가지고 나왔다. 그게 바로 자기가 잃어버린 도끼라고 하자, 헤르메스는 그의 정직함을 가상히 여겨 세 자루의 도끼를 모두 그에게 주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 자기가 겪은 일을 친구들에게 자세히 들려주었다. 자기도 그런 도끼들을 얻고 싶었던 한 친구는 강으로 가서 .. 이야기보따리 - 책/이솝우화 2021.03.19
이솝우화 / 박쥐와 족제비들 땅에 떨어졌다가 족제비에게 잡혀 꼼짝없이 죽게 된 박쥐 한 마리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족제비는 자기는 천성적으로 모든 새를 잡아먹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그를 살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쥐는 자기는 새가 아니라 쥐라고 말해서 놓여났다. 얼마 후에 박쥐가 또다시 땅으로 떨어졌다가 다른 족제비에게 잡히자, 자기를 잡아먹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 족제비가 자기는 모든 쥐의 적이라고 말하자, 박쥐는 자기는 쥐가 아니라 새라고 말해 또다시 놓여났다. 이런 식으로 박쥐는 자기 이름만 서로 다르게 말해서 두 번이나 목숨을 건졌다. 우리는 언제나 같은 행동만 고집해서는 안 되고,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여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우화다. 이야기보따리 - 책/이솝우화 2021.03.19
이솝우화 / 박쥐와 가시나무와 갈매기 박쥐와 가시나무와 갈매기가 동업을 해서 함께 살기로 했다. 사업자금을 마련하려고 박쥐는 돈을 꿔서 내놓았고, 가시나무는 옷감을 가져왔으며, 갈매기는 청동을 가져왔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배를 타고 떠났다. 하지만 거센 폭풍을 만나 배가 뒤집혀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로 몸만 빠져나왔다. 그들은 육지에 당도하여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이 일이 있은 후로 갈매기는 바다가 자신의 청동을 뭍으로 던져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언제나 바닷가를 맴돌며 기다린다. 또한 박쥐는 채권자들을 만날까봐 두려워서 낮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밤이 되면 먹이를 구하러 다닌다. 그리고 가시나무는 어디선가 자기 옷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옷에 들러붙는다. 이야기보따리 - 책/이솝우화 2021.03.18
이솝우화 / 환자와 의사 의사가 몸 상태가 어떠냐고 묻자, 환자는 필요 이상으로 땀을 많이 흘리고 있다고 대답했다. 의사는 “그건 좋은 증상입니다” 라고 말했다. 의사가 두 번째로 찾아와서 몸 상태가 어떠냐고 물었을 때는, 오슬오슬 한기가 들어 몸이 계속 떨린다고 대답했다. 이번에도 의사는 “그것은 좋은 증상입니다” 라고 말했다. 의사는 세 번째로 찾아와서 몸 상태가 어떠냐고 물었고, 환자는 설사가 나온다고 대답했다. 이번에도 의사는 좋은 증상이라고 말하고는 돌아갔다. 친척 중 한 사람이 찾아와서 환자에게 좀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자 환자가 말했다. “나는 좋은 증상들 때문에 죽어가고 있어요.” 우리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도, 이웃들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보따리 - 책/이솝우화 2021.03.18